경기도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신축 중인 수원시립미술관. 사진 홍용덕 기자
경기도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신축 중인 수원시립미술관 이름에 붙이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해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수원과 대구 등에 공공문화시설을 지어 기부하면서 자사 이름을 고집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23일 수원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수원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는 최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라는 명칭과 관련해, 시민네트워크와 수원시, 현대산업개발, 시의회 간 4자 협의를 제안했으나 수원시는 이를 거부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세계문화유산이자 200년이 넘은 화성행궁 코앞에 시립미술관을 지으면서 건축비 300억원을 냈다는 이유로 아이파크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예술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명칭 협의를 제안해 왔다. 수원시는 “기부자(현대산업개발) 쪽에서 협의 참가가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이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지난 6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관리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시 관계자는 “오는 10월 문을 열 미술관 이름은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기부 당시 브랜드명을 미술관 이름으로 쓰는 것에 시가 동의했으니까 쓰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어 “수원시가 미술관 명칭 논란에 대해 더는 다른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네트워크는 전국 문화예술인들을 상대로 서명 확대와 반대 피켓팅을 이어가기로 했다.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고집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2003년 440억원을 들여 지은 대구 오페라하우스와 1995년 150억원을 들인 수원야외음악당을 기부하면서 삼성 명칭을 고집하지 않았다. 1981년 광주무등도서관을 지은 현대나 1992년 전남 광양백운아트홀을 제공한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2000년 서울 강남에 세워진 엘지아트센터, 2007년 서울 종로에 둥지를 튼 두산아트센터, 2012년 전남 여수에 개관한 지에스칼텍스예울마루 등 기업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 브랜드를 사용한 예는 찾기 어렵다. 시민네트워크 양훈도 공동대표는 “화성행궁 앞은 수원의 상징 공간이다. 이왕이면 기업이나 브랜드명을 쓰지 말고 공공성을 살리는 예술적 이름을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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