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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초등학교 입학 못 하는 아이들, 정부는 찾지도 않는다

등록 2015-05-04 16:31수정 2015-05-11 16:46

모래를 써 그린 그림(샌드아트). 어른의 학대로 마음이 시들고 영혼이 죽어가는 아이를 묘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모래를 써 그린 그림(샌드아트). 어른의 학대로 마음이 시들고 영혼이 죽어가는 아이를 묘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입영통지서 전달 안될땐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교육과 국방은 국민의 4대 의무지만, 두 의무에 대한 국가의 태도는 다르다. 특히 입학 대상자와 입영 대상자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상반된다. 국방부는 거주지가 불분명해 입영통지서를 받지 못하는 청년을 경찰에 고발하지만,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하는 아동을 외면한다.

4일 <한겨레>가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입수한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대상자 중 미취학 아동 통계’의 내용을 보면, 만 7살 아동 중 한해 평균 500~1000명의 아동이 ‘거주지 불명’을 이유로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586명, 2013년 1142명, 2012년 1237명 등이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아이가 거주 불명이 될 경우 아예 취학 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주소지가 파악되지 않은 국민을 ‘거주 불명 등록’으로 분류해 ‘주민등록 전산’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옛 ‘주민등록 말소’ 제도와 비슷하다.

거주 불명 상태인 아동의 가정 상황은 열악할 가능성이 높고, 부모로부터 학대 및 방임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3년 한 소도시에서는 거주불명 상태가 된 부모가 두 아동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방임했고, 이 중 13살 짜리 아이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하기도 했다.(관련기사 9년간 갇혀 산 민이…13살 7.5kg 소녀는 미라 같았다) 만약 지자체나 교육청이 초등 입학 대상자 중 거주 불명 아동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를 사건이었다.

반면 국방부는 입영 대상자 중 거주지가 불분명해 입영통지서가 전달되지 않을 경우 관할 주소지 경찰서에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안규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받은 ‘입영통지 수령자 현황’ 자료를 보면, 병무청은 한해 평균 25명의 거주 불명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있었다. 2014년 16명, 2013년 24명, 2012년 16명, 2011년 43명 등이다.

입학과 입영 대상자에 대한 이런 상반된 태도는 법률 차이에 기반한다. 초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읍·면·동장 또는 교육장은 아동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이를 독려·경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고발·고소 등 구체적인 조치는 명시돼 있지 않다. 반면 병역법은 거주지가 불명확한 입영 대상자에게 징역이나 벌금을 물 수 있도록 돼 있다.

초등학교 취학 업무가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 돼 있는 점도 문제로 보인다. 초등 교육을 총괄하는 것은 교육부이지만, 취학 아동이 몇 명이나 되고 어디에 사는지 확인하는 업무는 읍·면·동사무소가 맡고 있다. 이런 이원화 탓에 교육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규 부산 새빛기독보육원 원장은 “군대가 거주지 불명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학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거주 불명 아동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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