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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삼성에버랜드 유죄판결 받던 법정 표정

등록 2005-10-05 14:17수정 2005-10-05 14:58

허태학 전 사장, ‘유죄’에 10분간 빈 법정 못 떠나
10월 4일 오후 2시가 갓 넘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423호 법정.

후문이 열리고 판사들이 법정에 들어섰다. 이재용씨등 이건희 삼성회장 자녀들에게 헐값에 전환사채를 넘긴 혐의를 받은 삼성 에버랜드 임원들에 대한 판결선고를 지켜보려는 100여명의 사람들로 이날 법정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0여개의 의자는 물론 빈 공간마다 취재진과 삼성 관계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부장판사 “판결 요지가 길다. 앉으시라” 말하자 법정 술렁과 긴장

이혜광 부장판사가 허태학·박노빈씨를 상대로 이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짧은 인정신문을 한 뒤 “판결 요지가 길어 읽는데 시간이 걸리니 앉으시라”고 말하는 순간 법정은 짧게 술렁였다.

판사가 A4용지 33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읽기 시작하자 받아 적는 삼성 관계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검찰의 기소내용과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반론을 정리한 뒤 재판부는 쟁점사안들에 대해 판결하기 시작했다.


고발된 지 5년 3개월 만에 나오게 된 판결문을 읽는 이 재판장의 가는 입술에 숨죽인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재판부는 △당시 에버랜드 주식의 적정가격△허씨와 박씨의 배임 혐의등 ‘초미의 관심사’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적정가격을 매길수 없어 특경가법상 배임은 아니지만 업무상 배임 혐의는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방청하던 삼성 관계자들, “유죄 판결” 법정 밖으로 나가 급히 타전

방청하던 삼성 관계자들은 밖에 나가 휴대폰을 꺼내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재판부가 퇴정한 뒤 바삐 본사에 선고결과를 알리는 기자들이 떠난 빈 법정에서 허씨 박씨는 10분여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결과를 예상치 못한 듯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천장과 바닥을 번갈아 주시하며 허탈해했다. 잠시 뒤 법정을 나오면서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에게 “변호사와 상의한 뒤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상식적인 답변만 던진 채 허씨는 승용차에 올랐다.

영구예비. ‘영리한 거북이는 알을 낳고 난 뒤에는 평소와 달리 발자국을 지우며 바다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같은 시각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장에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이 언급한 고사성어다. 주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족수 미달인 이사회 결의를 밀어붙이고, 회의록도 허위로 기재했던 ‘두 거북이’는 발자국을 지울 만큼 영리하지 못했던 셈이다.

이혜광 부장판사 “에버랜드 주식 적정가 판단이 가장 힘들었다”

3일 휴일에도 종일 판결문과 씨름해서였을까? 평소보다 유달리 새치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 부장판사는 “에버랜드 주식의 적정가격에 대한 판단이 가장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오늘 검찰의 항소로 ‘뜨거운 감자’는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고, 적정가격에 대한 양쪽의 법리 공방, 외형상의 과정을 들어 주식발행을 ‘주주우선배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제3자 배정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2막으로 접어들게 됐다.

<한겨레> 사회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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