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단과대학이 거둔 발전기금을 학교 건물 공사 비용으로 전용하거나 전용하려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를 박용성 전 이사장이 지시했다는 교수들의 증언이 나왔다. 중앙대가 짓는 건물 대부분은 재단을 인수한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건설이 맡고 있다.(<한겨레> 4월3일치 8면)
2013년 10월 경영학부 교수회의에서 임성준 당시 학장은 “경영학부와 경영전문대학원 발전기금을 건설기금으로 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당시 경영대 발전기금은 18억2248만원이었다. 그러나 교수들은 “기부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재단이 건축사업을 위해 기금을 전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중앙대 관계자는 7일 “건설기금 전용을 추진한 보직교수들이 ‘이는 (박용성) 이사장의 뜻’이라고 강조하며 교수들을 설득하려 했다”고 전했다. 경영대의 한 교수도 “당시 한 보직교수가 사석에서 ‘이는 재단의 뜻’이라며 박 전 이사장의 요구에 의한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사비 999억원이 들어가는 100주년기념관 건설비가 부족하자 중앙대는 건설기금 모집 캠페인을 벌였다. 각 단과대에 들어온 발전기금을 건설기금으로 전용하는 계획이 추진된 배경인 셈이다. 한 교수는 “경영대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적으로 발전기금 전용이 조직적으로 추진됐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산업창업경영대학 발전기금 7억여원이 건설기금으로 전용됐다. 공과대학도 실험실을 대여하고 거둔 기금을 건설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교수는 “현재 중앙대 재정은 건설공사로 빠져나간다. 공사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재단 주인인 두산에 문제가 생기는 구조다. 그래서 액수가 크든 작든 공사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학교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된 경영대 발전기금 전용은 지난해 4월 다시 시도됐지만, 이 역시 교수들의 반발로 불발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전용 시도가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보류중인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지정기부금이 아닌 ‘기타 목적 기부금’을 건설비용으로 돌리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리와 중앙대 특혜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이날 “박 전 수석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그에 맞춰 박용성 전 이사장의 소환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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