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를 고민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 ‘전관’들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고액 수임료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한 사업가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처리를 검찰이 차일피일 미루자 서초동에서 ‘최고의 전관’으로 통하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그가 전화 한통 걸고 일주일 만에 검찰이 기소를 하는 ‘효험’을 봤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수임료로 8천만원을 받았는데, 그나마 소개해준 사람이 변호사와 잘 아는 사이여서 2천만원가량 깎아준 것이라고 한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최근 선고를 앞둔 사건의 변론재개(선고를 미루고 심리를 다시 하는 것) 신청서에 이름을 올려주고 5천만원을 받더라”고 전했다. 대법관 출신은 후배 변호사가 쓴 의견서 등을 검토해주고 소송서류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기도 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이를 ‘도장값’이라고 부른다. 2011년에 개업한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첫해에만 1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고 한다.
주요 전관 변호사들의 실적도 이를 방증한다. 2012년 6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안대희 변호사는 수임 제한 기간 1년이 지난 뒤인 2013년 7월 변호사 개업을 해 10개월 동안 27억원을 벌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뒤 4년간 60억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7개월간 16억원을 수임료와 자문료 등으로 받은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2010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퇴임한 홍만표 변호사는 2013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험료 상위 납부자 공개 때 월평균 7억6000만원을 번 사실이 공개됐다. 연봉으로 치면 90억원이 넘는다. 이밖에 김앤장 등 대형 로펌 소속 ‘고위 전관’들의 시간당 보수금액(타임 차지)은 100만원에 이른다.
검찰 출신 일부 전관은 거액을 번 뒤 공직에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한다. 참여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전관은 취임 뒤 첫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 검사 몇명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는데, 이를 두고 검찰에서는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에서 변호인이었던 자신을 소홀하게 대한 검사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현직 시절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퇴임 뒤 과도한 돈 욕심까지 내는 전관들은 종종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된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인 주수도 제이유(JU)그룹 회장 변호를 맡았다가 ‘무분별한 사건 수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사임계를 낸 게 대표적이다. 송 전 총장은 검찰 내사 단계에서부터 주 회장한테서 억대 수임료를 받고 그로부터 몇달 뒤에야 선임계를 제출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을 대한변호사협회가 반려한 것을 두고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여론은 그와 반대인 것도 전관예우에 대한 일반인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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