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탕 탕 탕 탕…탕.”
예비군 훈련소 사격장에 갑작스런 총성이 울렸다. 확성기를 든 사격통제요원의 지시에 맞춘 격발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총기 난사에 20대 젊은 예비군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13일 오전 10시37분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2박3일 일정의 예비군 동원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날 입소한 예비군 2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최아무개(23)씨를 포함한 예비군 20명은 실탄 10발이 든 K-2 소총을 든 채 2m 간격으로 떨어진 사선에 엎드려 있었고, 그 뒤에는 다음 사격 차례를 기다리는 2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격통제관인 6중대장이 확성기로 사격 명령을 하자, 최씨는 25m 앞 표적지를 향해 엎드려 실탄을 한발 격발했다.
그러나 최씨는 더 이상 표적지를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나 주변에서 사격을 하거나 뒤에서 대기하던 예비군들에게 실탄 7발을 난사했다. 총알은 최씨 뒤에서 사격을 기다리던 윤아무개(24)씨의 오른쪽 목으로 향했다. 맨 왼쪽 1사로에 있던 최씨는 곧이어 오른쪽 옆 사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사격했다. 사격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난사 뒤 곧바로 총구를 자신의 이마로 가져가 목숨을 끊은 최씨의 K-2 소총 탄창에는 실탄 1발만 남았다. 급히 구급차로 최씨와 희생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3사로에서 엎드려쏴 자세를 하고 있던 박아무개(24)씨가 숨졌고, 최씨 뒤에 대기하던 윤아무개(24)씨와 2사로, 5사로에 있던 안아무개(25)씨, 황아무개(21)씨가 부상을 입었다.
당시 사격장에서 3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경계훈련을 받던 예비군 박은석(32)씨는 “사격훈련을 할 때 일반적인 총소리는 (통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동시다발로 들린다. 그런데 갑자기 뚝 떨어진 소리가 ‘타타타타’ 이어졌다. 사격장 쪽을 올려다보니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람이 보였다”고 했다.
최씨의 이번 범행 동기는 정신적 고통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는 “죽고 싶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는 등 삶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다. 또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도 모르겠고, 내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인 것들, 내적인 것들 모두 싫다”며 낮은 자존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씨는 심지어 “GOP (근무)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쉬운 것을 놓친 게 후회된다”며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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