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리 곳곳에 삼성동 한국전력 터 일대의 개발이익을 강남구 안에만 사용하라는 주장만 적혀 있고 만든 이를 밝히지 않은 펼침막이 걸려있다. 서울시가 한전 터 개발이익을 시 균형발전을 위해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도 사용하겠다고 하자 강남구가 반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부 회의 문건’ 단독 입수
신연희 구청장·간부 10여명 참석
‘한전터 개발이익 분배’ 반대 서명
공무원 등 동원 구체적 방법 지시
“시청사 점거시위 논의” 주장도
“주민이 추진” 구 해명과 달라
강남구 “문서도 회의도 없었다”
신연희 구청장·간부 10여명 참석
‘한전터 개발이익 분배’ 반대 서명
공무원 등 동원 구체적 방법 지시
“시청사 점거시위 논의” 주장도
“주민이 추진” 구 해명과 달라
강남구 “문서도 회의도 없었다”
서울 강남구청이 한전 터 개발 이익의 혜택을 송파구에도 주려는 서울시 방침에 반대하는 구민 서명운동을 기획한 사실이 내부 문서로 19일 확인됐다. 이 문건이 배포된 신연희 구청장 주재의 회의에서, 지난달 6일 벌어진 강남구민들의 서울시청사 무단점거 시위까지 사전 논의했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강남구는 현대자동차가 한국전력 터 개발 대가로 환원하게 될 공공기여를 강남구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며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운동장’ 연계 개발 계획(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을 반대해왔다. 서울시 방안대로라면 송파구의 잠실운동장 개발에도 공공기여금 일부가 사용된다.
이에 지난달 6일에는 신 구청장의 서울시장실 앞 항의시위와 강남구민들의 서울시청사 점거시위가, 8일엔 시청 앞 구민 시위가 이어졌다. 강남구는 4월 한달 동안 접수된 68만명분의 서명서·의견서를 지난 1일 시에 제출했다.
강남구는 서명운동과 시위는 주민자치위원 중심의 ‘범구민 비상대책위’에서 자발적으로 비용을 들여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강남구 내부회의 문서를 보면, 구는 4월1일부터 애초 15만명 반대 서명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 일에 공무원까지 동원한 사실이 확인된다. 회의는 지난 4월2일 늦은 오후 신연희 구청장과 측근, 실무부서 중심의 국·과장 10여명만 참석해 진행됐다고 한다.
이때 배포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묶는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반대’라는 제목의 문서엔 “각 동의 서무주임이 (반대 서명) 양식을 출력해 주민자치위원 및 직능단체장에게 전달”해 “주민자치위원장 연합회 주관으로 각 직능단체, 통반장이 직접 방문 서명운동 전개”를 한다고 적혀 있다. 사실상 서명운동 방식을 단계별로 지시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6일 벌어진 서울시청사 점거시위(<한겨레> 4월7일치 10면)가 사전 논의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구단위계획을 심의하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8일)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회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공무원은 <한겨레>에 “퇴근 뒤 이뤄진 회의였다. 구청장이 ‘구민들을 시위에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구민들이 (청사에) 진입 못할 수 있으니 미리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구민들이 매는 머리띠 문구는 주민들이 만든 것처럼 단순무식하게 하라’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일 구청장과 구민들이 서울시청사에 들어가기 전 강남구 팀장·주무관 등이 사전 답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계획에 반대하는 펼침막 등의 문안이 이 회의에서 논의된 정황도 있다. 문건을 보면 “서울시장 물러나라”(머리띠용) “공공기여금 강탈하는 서울시는 날강도” “서울시는 뭐든지 일방통행”(펼침막용)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강남구 일대에는 지난달부터 서울시 계획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강남구의 또다른 관계자는 “‘갑질행정 같은 표현이 좋다’는 식으로 서로 의견을 주면서 문구를 다듬었다. 회의 뒤 문건은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이들 펼침막은 강남구 주무 부서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모두 불법이다.
당시 회의 문건 담당자로 지목된 과장은 “그런 회의나 문건은 없었고 기억도 안 난다. 시위 전 사전 답사했다는 얘기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신 구청장에게도 구민 동원 지시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을 직접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연순 강남구 공보실장은 “서명과 현수막은 모두 비대위에서 자기 돈을 들여 작성·제작하거나 추진했고, (문제의) 문서를 배포해 논의한 회의도 없었다”며 “(시위 관련해서도) 구청장이 지난 4월6일 오전 갑자기 가셨고, 시청에서 구민들과 우연히 만났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19일 서울시가 강남구민들의 서명·의견서를 지구단위계획구역 심의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축소 공표했다며, 법적 투쟁 방침을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주민 서명운동 방식이 적힌 문건(위)과 서울시 방침에 반대하는 펼침막 문안 등이 적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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