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개선 노력 안한 남편
이혼청구 소송서 패소
법원, 작년 40대부부엔 이혼 판결
2년 전 70대 부부엔 불허하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개선 노력 없을때 파탄 인정”
이혼청구 소송서 패소
법원, 작년 40대부부엔 이혼 판결
2년 전 70대 부부엔 불허하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개선 노력 없을때 파탄 인정”
성관계 거부는 기간이나 과정이 어느 정도 심각해야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일까? 법원은 비슷한 기간 동안의 ‘부부관계’ 부재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김용석)는 아내가 10년간 성관계를 거부했더라도 남편이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내를 상대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1999년 결혼한 ㄱ(45)씨와 ㄴ(43)씨는 2002년 아이를 낳은 뒤부터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남편 ㄱ씨는 아내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시집과 연락도 하지 않는 점이 불만이었지만 대화로 풀기보다는 속으로 불만을 쌓아왔다. 아내 역시 남편이 늦게 귀가하고 무심한 것에 서운해하면서도 별 내색 없이 지냈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각방을 썼고, 남편은 2013년 이혼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가정법원의 조정명령으로 부부 상담을 10차례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1심에 이어 서울고법도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이 부부 갈등을 적극 해결하려 하기보다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부부관계 악화에는 서로 책임을 미룬 쌍방의 잘못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한 남편에게 관계 악화의 책임이 상당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어 “아내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비록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하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하는 등 혼인의 실체가 전혀 없어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부부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파탄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9월 ㄷ(45)씨가 10년간 잠자리를 거부한 남편 ㄹ(46)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내는 상담을 받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은 이런 노력 없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아내를 감정적, 육체적으로 냉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혼을 반대하는 남편은 외형상 법률혼 관계만을 유지하려고 하고 관계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남편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2013년에는 70대 부부 소송에서 ‘2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은 사실’이 이혼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고법은 ㅁ(70)씨가 남편 ㅂ(77)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성관계를 중단할 무렵 이미 쉰살에 가까웠고, 전립선 질환으로 성관계가 어려웠을 뿐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호재 서울고법 공보판사는 “성관계의 부재를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인정받으려면 배우자의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관계 개선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등 추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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