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짬] ‘햇볕정책 전도’ 한반도평화포럼 임동원 이사장
이명박 정부 이후 7년 변화 담아
“박 정부 임기 중 평화프로세스 시작을” 관계 개선~경제공동체~평화체제
‘사실상의 통일’ 세가지 로드맵 제안
“지금 시작 않으면 늦다” 절박성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프로세스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임 이사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고통스런 기록 작업을 통해 다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현 정권이 분명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뒷걸음질치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관만 할 경우 평화의 불씨가 영원히 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며 드레스덴 구상들에 대해 “그럴듯한 제안이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 이사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를 만들고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이 완전통일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로 답한다. “동서독도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이 아니라 동서독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 나가면서 실현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독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통일을 지향하는 민심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이에 따라 증보판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남북한이 사실상의 통일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지난 사반세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과제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 둘째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마지막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입니다.” 임 이사장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프로세스’는 바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세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이 프로세스를 시작하도록 하자는 임 이사장의 바람은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박 대통령이 이를 시작하려면 우선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로 볼 때 이 두 단계가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해 임 이사장은 남북관계에서 ‘시간의 절박성’을 들어 대답한다. “한반도의 경우 평화체제 구축도 포괄적 로드맵에 합의하는 최초 단계로부터, 실질적 조치 단계를 거쳐 법적 조치 단계에 이르는 3단계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3단계 과정을 이루는 데에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 이사장은 유럽에서 비슷한 구실을 한 헬싱키협약의 경우 3년간의 협상을 통해 1975년 협약이 체결된 뒤 실질적으로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까지는 15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에서 이것을 시작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의 평화 실현은 그만큼 늦춰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가 조금 더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꼼꼼한 기록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임 이사장의 저술 태도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01~2002년 무렵에 대한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임 이사장은 왜 미국의 네오콘이 북한과의 대화를 걷어차고 제재 일변도로 나서게 됐는지를 미국 언론인 돈 오버도퍼의 <두 개의 한국> 증보판(2014년)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곤돌리자 라이스의 회고록 <최고의 영예>(2011년) 등의 관련 내용을 덧붙이면서 더욱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번 증보판의 부제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5년’이다. 사반세기 동안의 굴곡 많은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는 커다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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