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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북관계 역주행 기록 고통스럽지만 ‘평화 불씨’ 지키고자”

등록 2015-05-26 19:16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짬] ‘햇볕정책 전도’ 한반도평화포럼 임동원 이사장
‘햇볕정책 전도사’로 불리는 임동원(81)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피스메이커>(도서출판 창비)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2008년 나온 <피스메이커>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공조를 통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본격 추진하는 20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 최후의 냉전지역인 한반도를 차츰 평화와 협력이 가능한 땅으로 바꾸어가는 데서 핵심적 구실을 했던 임 이사장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증보판에선 초판이 나온 뒤부터 현재까지 7년 동안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상세하게 정리하여 보탰다. 임 이사장은 이 시기를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된 안티테제의 시기”라고 지칭한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불신과 대결의 시대로 역주행하는” 것을 기록하는 일은 분명 임 이사장에게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 고통스러운 작업을 거쳐 <피스메이커> 증보판을 내야 했을까?

최근 ‘피스 메이커’ 개정증보판 펴내
이명박 정부 이후 7년 변화 담아
“박 정부 임기 중 평화프로세스 시작을”

관계 개선~경제공동체~평화체제
‘사실상의 통일’ 세가지 로드맵 제안
“지금 시작 않으면 늦다” 절박성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프로세스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임 이사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고통스런 기록 작업을 통해 다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현 정권이 분명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뒷걸음질치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관만 할 경우 평화의 불씨가 영원히 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며 드레스덴 구상들에 대해 “그럴듯한 제안이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 이사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를 만들고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이 완전통일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로 답한다.

“동서독도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이 아니라 동서독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 나가면서 실현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독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통일을 지향하는 민심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이에 따라 증보판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남북한이 사실상의 통일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지난 사반세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과제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 둘째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마지막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입니다.”

임 이사장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프로세스’는 바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세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이 프로세스를 시작하도록 하자는 임 이사장의 바람은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박 대통령이 이를 시작하려면 우선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로 볼 때 이 두 단계가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해 임 이사장은 남북관계에서 ‘시간의 절박성’을 들어 대답한다.

“한반도의 경우 평화체제 구축도 포괄적 로드맵에 합의하는 최초 단계로부터, 실질적 조치 단계를 거쳐 법적 조치 단계에 이르는 3단계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3단계 과정을 이루는 데에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 이사장은 유럽에서 비슷한 구실을 한 헬싱키협약의 경우 3년간의 협상을 통해 1975년 협약이 체결된 뒤 실질적으로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까지는 15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에서 이것을 시작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의 평화 실현은 그만큼 늦춰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가 조금 더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꼼꼼한 기록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임 이사장의 저술 태도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01~2002년 무렵에 대한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임 이사장은 왜 미국의 네오콘이 북한과의 대화를 걷어차고 제재 일변도로 나서게 됐는지를 미국 언론인 돈 오버도퍼의 <두 개의 한국> 증보판(2014년)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곤돌리자 라이스의 회고록 <최고의 영예>(2011년) 등의 관련 내용을 덧붙이면서 더욱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번 증보판의 부제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5년’이다. 사반세기 동안의 굴곡 많은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는 커다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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