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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승준의 죄와 벌 ‘새로운 변수’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5-05-30 09:57수정 2022-08-19 17:24

더(The) 친절한 기자들
미 시민권 포기하고 돌아오고 싶다던 작년 7월은 미국 해외계좌 과세 강화된 시점
유승준 중국 활동 당시 재산 축적 소문 돌아… 신고 안했다면 처벌 피하기 힘들어

“병무청이죠?”

“네”

“유승준씨 관련해서 몇가지 좀 여쭤보려고요.”

“네? 누구요?”

“유승준씨요. 가수”

“…아, 스티브 유요~.”

이제는 옛 한국 이름으로도 불릴 수 없는 인물. 그가 돌아왔습니다.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은 지난 19일과 27일 아프리카 티비이를 통해 방송된 인터뷰에서 병역기피 의혹을 둘러싼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이제라도 입대해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한때 온국민의 사랑을 받던 ‘안티없는 아이돌’의 대명사였던 그는 왜 13년째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그에게 내려진 입국금지라는 ‘국민적 처벌’은 합당한 걸까요. 논쟁적 인물 유승준을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1. 유승준은 어떤 규정에 따라 입국금지됐나

지난해 1월1일 <일간스포츠>는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이달 해제된다. 한국 복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병무청은 즉시 해명자료를 내어 “유승준이 국내에 입국해 연예 활동을 하게 되면 군 장병 사기 저하, 신성한 병역의무에 대한 경시 풍조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입국금지시켜둔 상태다. 해제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병무청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를 근거규정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11조에는 ‘군 장병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단지 제11조 1항 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란 규정이 있을뿐입니다. 즉, 유승준은 제11조 1항 3 또는 4호에 의해 입국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2. 입국 금지는 과했나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유승준은 “기자가 ‘해병대 가도 되겠네’라고 해서 ‘네’라고 대답한 게 전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한 것으로 알려졌던 유승준이 갑자기 미국 시민권을 따 군대에 가지 않게 되자 대중이 느낀 배신감은 컸습니다. 그러나 ‘입국금지가 적절한 조치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러가지 답변이 있습니다.

병무청은 2002년 1월29일 ‘병역의무 회피’를 이유로 법무부에 유승준의 입국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병무청이 이런 요청서를 법무부에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병무청이 유승준에게 유독 가혹했다는 뜻입니다.

당시 정치 지형도 강경대응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 2월5일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국회 대표연설에서 유승준의 병역문제를 언급하며 “이 추운 겨울 전방에서 보초 서느라고 고생하는 자식들의 아픔과 부모들의 분노를 알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로 직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여전히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당시 여권이 야권을 공격하기 위해 유승준 사건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뜻입니다.

이때문인지 주류 언론의 반응은 지금과 온도차가 있습니다. ‘괘씸하나 입국금지는 과하다’는 논지의 사설도 실렸고, “유씨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비난 정서와 법집행을 혼동한다면 이는 정부가 지나치게 흥분한 것”이라는 주장도 버젓이 기사로 게재됐습니다. ‘입국은 시키되 취업 비자를 내주지마라’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유씨를 고발한 이들도 입국금지 조치에는 비판적이었습니다. 한 시민단체는 2002년 2월4일 유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입국거부 조치는 병역 면탈에 대한 소극적 제재일 뿐 아니라 과잉대응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유승준을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승준이 연예인으로서 누리고 있던 지위, 사회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보면 입국금지 조치는 합당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유승준의 병역회피를 강력 처벌하면서 이후 연예인들의 병역회피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자의 재외동포체류 자격을 제한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2005년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3. 그의 행위는 불법이었나

유씨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일뿐만 아니라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병역법을 어겼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는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씨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시 병역법(법률 제6502호)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3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병역의 의무를 진다는 뜻입니다. 당시 병역법 제86조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춘 사람은 1년이상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으므로 한국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4. 입국금지, 소송으로 다툴 수 있나

유승준을 입국금지시킨 근거 조항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 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또는 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유승준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조치는 과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송을 내는 건 자유지만, 이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국경관리는 국가의 주권에 관한 사항입니다. 불법·합법 여부를 따질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인권침해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유승준은 미국인입니다. 유승준이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을 때 인권위도 “‘외국인’의 입국 여부는 위원회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며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소송을 ‘활용’해 싸워 이긴 사례는 있습니다. 바로 그린피스입니다. 이 단체는 2012년 12월 그린피스 직원들의 입국을 거부해 온 한국정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2011~2012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문을 연 이후 서울사무소가 소속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부, 그리고 국제본부의 국제직원 6명의 입국이 거부돼왔기 때문입니다. 입국불허 사유는 원전정책에 반대했던 이들의 과거 전력 때문으로 추측됐습니다. 소송이 길어지자 법무부가 그린피스쪽에 전화를 걸어 ‘소송을 취하하면 입국금지 조처를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린피스는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그해 7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외교적 부담을 느낀 대한민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입국금지 조처를 해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5. 세금회피 목적이라는데, 맞나

유승준이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는 이유가 미국 과세 당국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에는 유씨의 첫 인터뷰 직후 이런 내용이 떴습니다.

“2014년 7월 미국 세법 바뀜 ☞ 미국시민권자는 국외재산까지 신고해야 함(국외재산과 수입까지 과세대상) ☞ 미신고시 재산 50% 몰수됨 ☞ 유승준 중국에서 활동으로 돈 축적. 그는 부친의 뜻에 따라 중국내 재산을 신고하지 않고 현지에 쌓아놓으면서 미국 국세청에 중국재산 신고 안함 ☞ 이러자 신고시한 지나 세금으로 50% 추징예상 ☞ 재산지키는 수단으로 미국 국적 포기하고 한국 국적 따는게 낫다고 판단 ☞ 한국 국적을 따기 위해 입국시도”

이런 의혹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미국 세법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는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특히 유승준이 “작년 7월 시민권을 포기하고 귀화해서 군대를 가고 싶다고 한국에 연락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대목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세법이 지난해 7월1일부터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미국 세법상 미국인’에 대한 해외계좌 신고제도를 강화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납세자에게 해외계좌를 스스로 신고하도록 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납세자 개인이 아닌 해외금융기관에게 ‘미국 납세자의 금융정보를 보고하라’고 강제하도록 법을 고쳤습니다.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이 그것입니다.

이 법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미국 납세자의 금융정보’를 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30%를 원천징수 당하게 됩니다. 중국도 이 법이 시행되기 며칠 전인 지난해 6월26일 미국과 FATCA 관련 협정을 맺었습니다.

실제로 미국 외 국가에 ‘숨은 계좌’를 가지고 있던 ‘미국 세법상 미국인’들은 시민권을 줄줄이 포기하고 있습니다. 2008년 231명 정도였던 미 국적 포기자 수는 2013년 2369명, 지난해엔 3415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외계좌를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 과세 당국에 ‘고의로 보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신고하지 않은 은행계좌에 가장 돈이 많았던 때를 기준으로 잔고의 50%를 벌금으로 내야합니다. 유승준은 “논할 가치가 없다. 나는 중국·미국에 납세를 충실히 다 하고 있다.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중국에 세금을 내고 있다’는 점은 전혀 중요한 대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에 납세를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 재산을 미국 과세 당국에 ‘보고’했는지 여부가 처벌 여부를 가릅니다. 중국에 세금을 냈든 안냈든, 미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엄한 처벌을 피하기 힘듭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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