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처방 뒤에 위험우려 배포돼…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처방전을 줄 때 약의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의사 노아무개(6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노씨는 2012년 2월 기존 진통제가 효과가 없다며 생리통을 호소하던 김아무개(당시 26살)씨에게 피임약의 일종인 ‘야스민’을 처방했다. 이 약은 편두통이나 자궁내막근종을 앓았던 사람이 복용하면, 혈관 속 피가 굳어 혈관을 막는 혈전색전증의 부작용 위험이 높지만, 노씨는 과거 같은 병을 앓았는지 묻거나 약의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편두통, 자궁내막근종을 앓았던 김씨는 두달 뒤 폐혈전색전증으로 숨졌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씨에게 1·2심 재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야스민에 대해 혈전 발생 위험증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안전성 시한을 배포한 시기는 김씨에게 야스민을 처방한 뒤이고, 약국에서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구토, 어지럼증, 복용 중 출혈 등이 발생하면 복용을 중지하고 병원이나 약국에 문의할 것을 설명한 점에 비추어 보면, 설명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폐혈전색전증은 국내에서 드물게 발생하고, 당시 김씨의 나이에 비춰볼 때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크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처방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