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의혹과 관련해 김연배 한화 부회장이 2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대생 인수비리 과녁 정조준하나
검찰 “의지 갖고 수사…지켜보라” 자신감 비쳐
한화, 김연배 부회장 방패삼아 ‘불길’ 차단 총력
중수부장, 최순영 전 대생회장 구속 전력 ‘눈길’
김승연 한화 회장도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 것인가? 지난 26일 “김 회장 소환 계획은 아직 없다”던 검찰이 하룻만인 27일 소환 방침을 밝히자, 검찰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수사팀에서 이미 김 회장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한화 쪽에 “정치권 로비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압박 메시지라는 진단도 있다. 또 소환이 곧 처벌로 이어지기보다는 세간의 의혹 해소를 위한 의례적 절차에 그칠지 모른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검찰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어느 쪽이 맞는지 일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 안팎의 여러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무게 중심은 전자 쪽에 실린다.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사실(입찰방해·배임·뇌물공여 의사표시)에 김 회장이 모두 미약하게나마 연결돼 있다”는 말이나, “우리가 ‘의지’를 갖고 수사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발언은, 검찰이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덧붙여,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해 보니 한화그룹에서는 김 회장이 황제나 다름 없더라”며 “황제의 ‘윤허’ 없이 김 부회장 혼자서 38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국외로 내보내고, 15억원을 뇌물로 주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특히 대생 인수를 위한 로비 과정에서 김 회장이 직접 ‘고공 플레이’에 나섰을 가능성에 상당한 심증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2003~2004년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10억원어치 채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기도 했다. 물론 한화는 김 부회장 선에서 ‘불길’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부회장도 “아직까지는 혼자서 ‘총대’를 메고 있다”는 게 수사팀의 전언이다. 실제 김 부회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화가 이회창·노무현 캠프에 각각 전달한 40억원과 10억원을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리며 ‘선방’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으로 그룹 핵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입’이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찰이 김 부회장의 진술을 이미 확보하고도 그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아직 입을 열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있거나, 김 부회장이 아닌 다른 임·직원의 관련 진술 또는 자료 등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상길 중수부장과 대한생명의 ‘악연’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박 부장은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던 1999년 2월 최순영 당시 대생 회장을 구속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 5년 남짓 지나서는 이 회사의 새 주인인 한화 김 회장을 수사하는 처지에 선 것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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