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의 강의와 과제에 항의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부산대 대학혁신연구소 학생들.
‘과학철학’ 수강생들에 요구…수업 중 “종북 빨갱이” 비난
총학 등 “사과하고 과제 철회하라”…성명서·1인시위 항의
과거 비슷한 전력으로 정직…지난해엔 대북전단지 살포 앞장
총학 등 “사과하고 과제 철회하라”…성명서·1인시위 항의
과거 비슷한 전력으로 정직…지난해엔 대북전단지 살포 앞장
“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 자료를 찾고 대법관 입장에서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평가하라.”
국립 부산대 최우원 철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과제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수강 과목과 관계 없는 리포트와 교수의 정치색 강요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 행위”라며 해당 교수의 사과와 리포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6월4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최 교수의 ‘과학철학’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보면, 최 교수는 정규 강의 75분 내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다”, “한국의 언론은 모두 종북 빨갱이들이 장악했다”, “북한의 땅굴을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 군대도 북한의 땅굴을 보고도 모두 모른 척한다”, “부산대학교의 철학과 학생회와 교수들은 전부 다 종북 좌파다. 빨갱이 소굴이다. 순진한 철학과 학생들에게 빨간 물을 들이고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과학철학과 관계 없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가 수업 중에 즉흥적으로 낸 리포트 때문에 곤혹스럽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 학생은 글에서 최 교수가 “‘인터넷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첨부하고, 만약 자기가 대법관이라면 이 같은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이 사건을 평가하라’는 주제의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교수가 그저 인터넷에 찾으면 근거 자료들이 다 나온다. 내가 굳이 지금 (수업 중에) 찾아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 다 나오니까”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이어 “(최 교수의) 지극히 편파적인 정치색은 둘째치고라도, 도대체 이게 리포트 주제로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고, 또한 이게 과학철학 강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대 총학생회와 학생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 등은 8일 잇따라 대자보와 성명서를 냈다. 일부 학생들은 12일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교수라는 직위를 악용해 학점을 볼모로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것은 자유의 권리를 넘어선 협박과 다름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이어 “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요한 리포트를 즉각 취소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학교 본부에 정식으로 징계를 요청하는 등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학생 동아리인 대학혁신연구소 소속의 이정훈 학생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수가 교과목의 개설 목적을 무시하고 강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자신의 정치사상적 지향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이런 내용을 과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이씨는 “교수님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 받기 위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부산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최 교수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9일 오전까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2012년에도 철학과 전공필수 과목인 ‘형이상학’에서 수강생들에게 ‘종북 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해 ‘조갑제 닷컴’이라는 사이트에 게시하라는 과제를 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철학과 조교 채용 면접에서 면접자들에게 종북 좌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부산대는 최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이기도 한 최 교수는 지난해 10월 대북 전단지 살포에 반대하는 경기도 파주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부산대 총학생회, 대학혁신연구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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