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급속히 북상중
인체-인체 감염땐 대재앙
각국 비상…항바이러스제 국내 고작 70만명분
20세기 초반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몰고온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H1N1)가 현재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5일 연구 발표로 전세계에 조류독감 비상이 걸렸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머물던 조류독감(H5N1) 바이러스는 지난 여름부터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으로 급속히 북상했다. 겨울 철새 이동철을 맞아 전세계로 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영국과 미국 등은 항바이러스제 비축 등 방역 대책에 나서고 있다.
치사율 51%…60여명 희생=2003년 12월 베트남에서 처음 발생한 조류독감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등 4개국에서 최소 64명의 희생자를 냈다. 치사율은 51.3%로 감염 환자 둘중 한 명이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이후 치사율이 37%로 조금 낮아졌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올초부터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 대인 감염으로 발전하면 200만~740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거듭해서 강력한 경고를 해왔다. 지난달 19~20일 열린 유럽 독감예방회의에서도 구에나엘 로디에 대변인은 “올 겨울 조류독감이 발병하면 어떤 국가도 이에 대처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라며, 각국에 유일한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전략 비축량 확보를 촉구했다. 또 “올초 베트남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의 감염 유형은 점점 더 대인 감염이 가능한 쪽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연구팀은 1995년부터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이번 결과를 얻었으며, 조류독감 백신 등의 개발에 이번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 공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재생된 바이러스가 안전관리가 철저한 애틀랜타의 한 정부 연구소에 보관돼 있지만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가 공개됨으로써 생물무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각국 대책마련 부심 = 마이클 리빗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에이피통신> 인터뷰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끼리 전염되는) 전염병으로 변화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징후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리빗 장관은 내주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그 지역 보건관리들과 조류독감 방어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리빗 장관은 지난주 미 행정부내 비공개 보고에서 “조류독감이 전염병으로 발병하면 미국에서만 10만~2백만명이 사망하고 1천만명이 입원하는 사태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비공개 보고 직후, 미 상원은 39억달러의 독감 예방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중앙인플루엔자 대책 추진단을 구성해 단계별 대응 조처를 수립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조류독감의 대인 감염이 확인되면 ‘신종 인플루엔자’로 규정해 제4군 전염병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현재 항바이러스제제 70만명분, 개인보호장비 30일분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이를 추가로 더 비축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람에게 유행하는 유행성 독감과 조류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김회승 김양중 기자 pcs@hani.co.kr
[1918년 스페인독감] 18개월만에 세계인구 5분의 1감염 ‘사상최악’ 1918~19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 많은 2500만에서 최대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1년여 동안의 희생자가 1347~51년 4년 동안 유럽을 황폐화시킨 흑사병보다도 많았다. 가장 큰 피해는 1차대전에 참전 중인 군인들이었다. 유럽은 물론 극동까지 퍼진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감염시켰다. 보통 독감은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많이 감염됐으나 스페인 독감은 20~40대 청장년층에게도 치명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감염률은 20%, 사망률이 전체 인구의 2.5~5%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전쟁 사망자의 10배인 68만명이 죽었다. 1차 대전에 참가했다 사망한 미군의 절반 이상인 4만3천명이 적군이 아니라 독감에 패했다. 당시 연합군쪽은 이 독감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에서는 보도 통제가 없어 독감이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에서도 8백만명이 감염됐다. 스페인 독감은 18개월만에 사라졌으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김회승 김양중 기자 pcs@hani.co.kr
[1918년 스페인독감] 18개월만에 세계인구 5분의 1감염 ‘사상최악’ 1918~19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 많은 2500만에서 최대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1년여 동안의 희생자가 1347~51년 4년 동안 유럽을 황폐화시킨 흑사병보다도 많았다. 가장 큰 피해는 1차대전에 참전 중인 군인들이었다. 유럽은 물론 극동까지 퍼진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감염시켰다. 보통 독감은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많이 감염됐으나 스페인 독감은 20~40대 청장년층에게도 치명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감염률은 20%, 사망률이 전체 인구의 2.5~5%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전쟁 사망자의 10배인 68만명이 죽었다. 1차 대전에 참가했다 사망한 미군의 절반 이상인 4만3천명이 적군이 아니라 독감에 패했다. 당시 연합군쪽은 이 독감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에서는 보도 통제가 없어 독감이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에서도 8백만명이 감염됐다. 스페인 독감은 18개월만에 사라졌으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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