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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호국의 촛불 든 스님들 “친일청산”

등록 2005-10-06 23:43수정 2005-10-07 00:22

6일 저녁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이 참석자들의 촛불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6일 저녁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이 참석자들의 촛불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현장] 친일청산·민족정기 확립 조계사 촛불집회 
 “스님들이 든 친일청산의 촛불을 이제 국회와 사법당국이 이어받아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을 제정하라.”

 스님들이 목탁 대신 “친일청산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촛불을 들었다. 대한 불교 조계종신도회와 친일파 이해창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에 휘말린 봉선사·내원암 스님 등은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마당에서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스님들을 비롯해 불교 신도,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 한상범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 재야운동가들도 참여했다. 집회장 주변에는 ‘친일파 땅 소송 위헌심판’, ‘친일재산 환수법 제정’, ‘친절한 사법부 너~나 잘 ~하세요’, ‘광복 60주년 친일잔재~ 됐거든~ 사법부 니들도 똑같거든’,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친일청산 민족정기 확립’ 등의 펼침천이 나부꼈다.  

“친일청산 염원은 산사를 넘어 각계각층으로”

 집회는 타악그룹 <하늘땅>의 힘찬 우리 가락 연주로 시작되었다. 봉선사 주지인 철안스님은 개회사에서 “2004년 12월25일 봉선사 말사 내원암에서 촉발된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바로세우기 염원은 이제 작은 산사를 넘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오늘 촛불집회는 그것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안스님은 “불교는 1600여년 동안 민족의 영욕과 함께 하면서 호국불교의 전통을 굳건히 확립하였다”며 “민족정기 바로세우는 호국의 촛불을 높이 들자”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법안스님도 “오늘 촛불은 민족정기를 살리는 큰 꽃씨가 돼 전국에 흩날릴 것”이라며 “이번 내원암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시작으로 조계종단에서는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분연히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용규·노회찬 투캅스 “특별법 통과” 한목소리 

 이 같은 스님들의 친일청산 요구에 국회를 대표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최용규 의원과 노회찬 의원은 ‘반일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최 의원과 노 의원은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제헌의회에서 끝냈어야할 특별법을 아직까지 통과시키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반민특위가 설치된 10월22일을 기준일로 삼아 특별법이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양심과 정의가 깨어있는 의원들과 함께 특별법 통과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오늘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 우리 역사를 바로세우고, 양심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6일 저녁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내원암과 봉선사 등 친일재산찾기 소송과 관련된 스님,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친일재산환수법 ’ 입법 발의한 국회의원과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청산과 민족 정기 확립을 위한 조계사 촛불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의 조속 제정 등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6일 저녁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내원암과 봉선사 등 친일재산찾기 소송과 관련된 스님,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친일재산환수법 ’ 입법 발의한 국회의원과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청산과 민족 정기 확립을 위한 조계사 촛불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의 조속 제정 등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불자로서 시민으로서 친일청산 촛불은 마땅히 할일”

연사들뿐 아니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스님들과 신도들도 친일청산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봉선사 말사인 용암사의 진홍스님은 “스님들이 친일청산의 촛불을 들었으니 이제 정치권, 언론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인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자 여래심(법명·52)씨는 “동대문에 살지만 소식을 듣고 조계사까지 달려왔다”며 “불교신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친일청산의 촛불을 드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사들이 발언을 마친 뒤 불교계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3·1운동 당시 읽은 독립선언문의 공약삼장을 낭독했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는 공약삼장의 정신을 행동강령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공약삼장을 낭독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촛불을 나눠 붙이며 친일청산의 결의를 다졌다.

기미독립선언문 공약삼장

“今日(금일) 吾人(오인)의 此擧(차거)는 正義(정의), 人道(인도),生存(생존),尊榮(존영)을 爲(위)하는 民族的 (민족적) 要求(요구)니, 오즉 自由的(자유적) 精神(정신)을 發揮(발휘)할 것이오, 決(결)코 排他的(배타적) 感情(감정)으로 逸走(일주)하지 말라.

 最後(최후)의 一人(일인)까지, 最後(최후)의 一刻(일각)까지 民族(민족)의 正當(정당)한 意思(의사)를 快(쾌) 히 發表(발표)하라.

 一切(일체)의 行動(행동)은 가장 秩序(질서)를 尊重(존중)하야, 吾人(오인)의 主張(주장)과 態度(태도)로 하 야금 어대까지던지 光明正大(광명정대)하게 하라.”

 

스님들 촛불 결의에 법조계와 정치권이 화답할 때
“특별법 제정·친일후손 재산찾기 위헌 판결 서둘러야”

 2부 행사는 촛불의 파도와 락 음악, 국악, 동요가 함께 어우러진 문화의 축제였다. 락그룹 <더문>은 독립군가인 ‘장검가’를 리메이크해 불러 큰 박수를 받았고, 어린이 동요모임 <예쁜 아이들>은 앙증맞은 율동으로 어른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행사는 가수 정태춘, 박은옥씨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씨 부부는 친일청산 촛불집회에서 꼭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출연을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행사를 준비한 봉선사 총무과장 혜문스님은 “스님들이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정신으로 친일청산의 촛불을 들었으니 이제 법조계와 정치권이 화답할 때”라며 “특별법 제정과 친일후손 재산찾기 위헌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종교적 신념을 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들과 땅 찾기 소송으로 촉발된 스님들의 친일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 외침에 이제, 국회와 사법부가 답할 차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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