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행진이 교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16일 희망연대노조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2월4일, 이틀 뒤 오전 9시부터 밤12시까지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겠다며 집회신고를 했다. 경찰은 600여명이 주요 도로인 을지로, 남대문로 등의 인도와 1개 차로를 이용해 오체투지 행진을 하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다며 금지 통고를 했다. 지난 1월 오체투지 행진의 경우 시속이 0.72㎞~1.15㎞에 불과했고, 희망연대노조가 개최한 2월 집회에서도 방송차를 불법주차하는 등 심각한 교통 불편을 야기했다고 했다.
반면 노조는 “보통 3보1배로 진행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20보1배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집회가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두 무릎과 두 팔,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는 절인 오체투지의 방법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이 통보한 조건을 위반한 사례가 발생하자 이 집회도 금지 통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경우가 생기면 법에 따라 자진 해산 요청이나 명령을 할 수 있는데, 그럴 우려가 있다고 해서 집회 자체의 전면적 금지로 나아갈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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