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수급권 인정’ 판결 잇따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게도 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장아무개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승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장씨는 교사 서아무개씨와 18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오다 1994년 이혼했다. 서씨는 2005년 8월 교감으로 퇴직했고, 이듬해 장씨와 재결합해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퇴직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던 서씨는 2013년 4월 숨졌다. 장씨는 남편 서씨가 교사로 재직한 기간 38년 중에서 18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했고, 그 뒤에도 사실혼 관계를 지속했기 때문에 연금 수급 자격이 있다며 공단에 유족연금 승계 신청을 했다. 공무원연금법은 유족연금을 승계받을 수 있는 배우자의 정의로 ‘재직 당시 혼인 관계에 있던 자로 한정하며,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은 서씨의 퇴직 당시 두 사람은 혼인 관계가 아니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연금수급권을 가지는 배우자는 공무원 재직 중 일부 기간이라도 혼인 관계에 있었고 사망할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면 된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월에도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는 법적인 아내가 아닌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에게 유족연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전아무개씨는 법률상 아내가 있는 나아무개씨와 40년 이상 동거해오다 2011년 나씨의 전처가 숨진 뒤에야 나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나씨가 숨지자 역시 공단은 유족연금 승계를 거부했다.
당시 재판부는 “나씨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이혼 경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서도 이혼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전처가 숨진 뒤에야 전씨와 혼인신고를 했다”며 “원고와 나씨의 사실혼 관계를 법률혼에 준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은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공무원연금법 등 연금 관련 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의 연금수급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