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이상 여론조사 사이 토론 배치
이슈 학습뒤 의견 변화 추이 조사
이슈 학습뒤 의견 변화 추이 조사
공공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의 해법으로 숙의적 방식의 공론조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한귀영)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소장 이강원) 등이 공동개최한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국민 토론 방안은 무엇인가’ 세미나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공론조사의 가능성과 한계가 논의되었다.
공론조사란 과학적 여론조사와 소규모 집단토론이 결합된 조사 방식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 단 한차례 실시한 뒤 공표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여론조사만 두번 이상을 실시하고 중간에 소규모 집단 토론을 배치한다. 이슈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거친 이후 의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국민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주요한 공적 이슈에 대해 짧은 정보와 순간적 인상에 의존해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렇게 표출된 의견의 ‘질’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뒤따르곤 했다.
이날 ‘일본 공론조사의 성과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 소네 야스노리 게이오대학 교수는 공론조사를 ‘배우고, 생각하고, 타인과 서로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에서는 연금, 식품안전 등 다양한 주제로 공론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정책을 주제로 한 ‘에너지 환경의 선택에 대한 공론조사’(2012년 8월)는 큰 주목을 끌었다. 당시 조사에서 2030년 원전 의존도에 관한 3대 시나리오 중 원전 제로를 지지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지지가 최초 조사에서는 32.6%였지만 마지막 조사에서 46.7%로 증가했다. 학습과 토론이 의견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이 조사 결과는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할 때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다.
한국에서도 참여정부 시기인 2005년 부동산 폭등 사태 해결을 위해 도입된 8·31 부동산정책을 놓고 공론조사가 처음 실시되었다. 그 이후에도 큰 비용을 들여 공론조사가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막상 정책에 반영된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국 공론조사의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한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정부 부처에서 직접 기획하지 않은 조사일 경우 공론이라며 외부에서 제안하는 내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데다 심지어 내부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공론조사가 갈등이 첨예한 공공정책을 해결하는 기제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공론조사는 그 결과는 물론 과정을 사회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언론을 통한 보도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와 같이 이해관계자가 소수로 한정되는 사안보다는 연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식품안전 등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비슷하게 높은 사안일수록 공론조사 방식이 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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