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위헌”
일부에선 “성적에 매몰” 우려도
일부에선 “성적에 매몰”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25일 결정하면서 판검사 임용 과정 등에도 일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법조인 채용의 투명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성적에 매달려 획일적인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헌 의견을 낸 박한철·김이수·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비공개의 부작용이 더 많다고 봤다.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기존의 서열화된 대학 평가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검찰과 대형 로펌이 대다수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5개 로스쿨 출신으로 임용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어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이미 법조인으로서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충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성적 비공개로 “채용 과정에서 변호사로서의 능력보다는 학벌이나 집안, 배경,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아냥까지 받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원자의 변호사시험 성적을 모르니 결국 ‘간판’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지원자들도 자신의 성적도 몰라 답답할 뿐 아니라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낸 이정미·강일원 재판관은 성적 공개가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성적순으로 서열화”하게 된다며 “법학전문대학원의 체계적인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기보다는 변호사시험 준비에 치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로스쿨 출신인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변호사시험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헌적 요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성적 공개가 공직자 선발 과정의 투명성 확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인의 양성과 선발이 성적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기에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이 변호사시험에 매몰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판검사 임용이나 법무법인 채용 과정도 변호사시험 성적대로 줄 세우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근본적으로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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