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논란’ 뒤 투명성 제고안 내놔
대법원은 오는 9월16일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부터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공개 대상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사에 동의한 사람이다.
이번 방침은 추천위가 후보자 3명을 선정하기 전에 미리 후보들을 공개해 여론의 ‘검증’을 받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대법관 제청 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높아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상옥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로서 사건 은폐·축소에 동조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후보자 추천위가 사전에 이런 경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법조계 안팎에서 천거받은 이들을 심사한 뒤 통상 3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추천위 심사 대상은 적게는 십여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 대법관 후임 추천위는 29일 꾸려졌다. 위원장은 김종인 건국대 석좌교수이고, 당연직 위원은 민 대법관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홍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 새로 선임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다. 비당연직 위원은 김 위원장과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조대현 <한국방송>(KBS) 사장, 신숙희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다음달 1일부터 열흘간 추천받은 사람들 중 심사에 동의한 이들의 명단은 다음달 14일 공개된다.
하지만 추천위가 결국 대법원장의 의중을 살펴 후보자를 고르는 ‘거수기’ 노릇에 그친다면 사전공개제가 도입되더라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추천위에서 법원 쪽 인사들을 줄이고 위원장은 대법원장 임명이 아니라 호선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2월에 발의했으나,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이 침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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