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세월호 선체를 수중촬영하러 나선 5t급 장보고호가 침몰 지점을 표시한 부표에 접근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묵부답”
잠수사 태운 장보고호 10여일 작업
잠수사 태운 장보고호 10여일 작업
7일 오후 2시1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참사 해역. 세월호 선체를 수중촬영하러 나선 5t급 해양구조선 장보고호가 침몰 지점을 표시한 노란 부표 위를 위태롭게 맴돌고 있었다. 잠수사 5명을 태운 배는 높이 2m 안팎의 높은 파도와 거센 조류를 이기지 못하고 가랑잎처럼 흔들렸다. 30여분 동안 침몰 지점 위에서 작업 장소를 찾던 장보고호는 잠수용 가이드라인을 설치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팽목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인근 해역에서 이를 지켜보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이날 새벽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팽목항에 도착한 뒤 배 4척에 나눠 타고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침몰한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직접 수중촬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수중 수색을 중단한 뒤 8개월 동안 실종자 수습과 세월호 관리를 방치하는 것에 대한 항의라고 유가족들은 설명했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체를 수중촬영해 미수습자 유실방지물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앞으로 인양 과정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무작정 선체를 인양한다면 인양 뒤 미수습자를 찾거나 선체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여러 차례 선체 수중촬영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이어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오홍진(54)씨는 “침몰 원인을 밝히고 미수습자를 찾는 데 인양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양을 선언한 뒤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 쪽에 맡겨둬서는 되는 게 없어 유가족들이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작업일수 기준으로 10여일 동안 수중촬영을 하기로 했다. 세월호 선체 중 바닥에 묻히지 않은 70%를 고화질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침몰 원인을 찾는 데 필요한 부분은 여러번 찍어 세밀하게 기록해 두기로 했다. 촬영한 영상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고 정부의 기록 독점에 대비해 보관할 방침이다.
진도 안산/안관옥 김기성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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