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사 투자자문업자도 배상 책임”
인터넷 증권방송이 근거 없는 투자정보 제공해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했다면 손해를 배상해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투자자 이아무개(58)씨가 “증권방송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인터넷 증권방송사 탑티브이와 소속 프로그램 진행자 권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2011년 1월 월 회비 77만원을 내고 증권 전문가인 권씨가 진행하는 탑티브이의 인터넷 증권방송 회원으로 가입했다. 다음달 권씨는 회원들에게 코스닥 상장법인인 ㅇ전자 주식 매수를 추천하면서 “ㅇ전자가 삼성전자와 1000억원대의 대형계약을 체결하게 되니 공격적으로 투자하라” “ㅇ전자 인수합병에 관해 대형 호재가 있고 협상이 최종 조율 단계다”며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이 ㅇ전자의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지적하자, 권씨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씨는 권씨의 권유에 따라 한달간 ㅇ전자 주식 40만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ㅇ전자는 그해 3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고,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씨는 “허위정보 제공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4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탑티브이와 권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문사(투자자문업자)가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경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대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증권방송과 같은 ‘유사 투자자문사’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사 투자자문업자’에게 ‘투자자문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인터넷 증권방송에 자본시장법의 투자자 보호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유사 투자자문업자도 허위나 근거없는 정보를 제공해 고객이 진실한 것으로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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