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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기피’와 동일 처벌…판사들 “헌법 정신에 위배” 지적

등록 2015-07-12 21:00수정 2015-07-13 10:31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방청석이 가득 찼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방청석이 가득 찼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8개 재판부 위헌법률심판 제청 보니
“대체복무 등 아무 규정 없어”
“과감한 위헌 선언 해야”
‘병역법 88조’ 세번째 심판 앞둬
“가르침과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갈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속으로 이런 사람들을 감옥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형사재판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의 말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관의 양심에 어긋나지만 현실적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결국 거의 대부분의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재입영 대상이 되지 않는 가장 낮은 처벌수위인 징역 1년6개월 ‘정찰제 판결’을 하고 있다.

좀더 적극적인 판사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있다. 2007~2013년 8개 재판부가 헌재에 낸 제청문을 보면,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일반 병역기피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배치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다.

2010년 대구지법 김천지원 장승혁 판사는 위헌심판 제청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줄곧 징역형으로 처벌받아왔음에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범죄 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서 볼 때 (이들을 처벌하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서울북부지법 강영훈 판사도 제청문에서 “병무당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일반 병역기피자를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돌릴 수 없다. 이들을 처벌해서 얻는 국가적 이익보다 형사처벌로 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더 심하다”고 밝혔다.

이런 위헌적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나 국회의 문제점도 짚고 있다. 2009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박민정 판사는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어떠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비전투요원 복무나 대체복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채 형사처벌만 하고 있는데, 이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조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말했다. 2007년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도 “2004년 헌재 위헌 결정 이후 2년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수의견의 권고와 같은 입법적 보완 노력의 성과물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헌재가) 과감한 위헌 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광주지법 형사5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아무개(21)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대체복무제처럼 국방의무의 본질과 병역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고도 비교적 수월하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결국 관심은 ‘칼자루’를 쥔 헌재에 쏠리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더욱 보수화된 헌재에 전향적인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앞서 헌재는 2004·2011년 병역법 제88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공개변론에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계속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라는 권고결정을 하는데도 국회와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 인권침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헌재가 단호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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