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까지 감옥에 가둘 순 없죠” 양심병역거부자
현장 “신념까지 감옥에 가둘 순 없죠”
“비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부대껴 살뿐이지, 징역살이도 똑같은 사람살이더군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한시간 동안 참선을 하고, 자기 전에도 한시간 가량 명상을 하며 지냅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충북 충주구치소 특별면회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사람 가운데 처음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수감 중인 평화활동가 오태양(30)씨가 7명의 면회객을 반겼다. 푸른 죄수복에 새겨진 ‘③-894’라는 수번이 또렷했다.
오태양·염창근·임재성씨와 10분 대화 “대체입법 하루빨리”
어느 새 수감생활 1년째, 건강은 괜찮으냐는 물음에 오씨는 “구치소에서는 최고 엘리트인 정보화 교육생으로 선발돼 워드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며 “보다시피 살도 붙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이날 오씨를 찾은 면회객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7개 교도소·구치소에 수용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찾아가는 ‘면회투어’를 시작했다. 이 ‘면회 투어’에는 연대회의 활동가들과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장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현재 전국 수형시설에 수용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모두 1186명이며, 이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이는 11명이다. 5번째 방문지인 충주구치소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인 이석태 변호사도 함께 찾아와 오씨와 염창근(29) 전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사무국장, 임재성(26)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를 잇따라 면회했다.
‘죄수’답지 않은 여유로움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염씨는 “여기 직원들도 호응까지는 아니지만 신념은 존중해준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3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임씨는 안부를 묻는 ‘예비 병역거부자’ 김태훈(24), 이용석(25)씨에게 도리어 “요즘엔 너희들 걱정이 제일 크다”며 “(군대 대신 감옥을 선택하려는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은 드렸느냐”고 물었다.
갇힌 일상을 덤덤히 받아들이면서도 소신과 열의는 여전했다. 염씨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대체복무 법안을 두고 “병역거부자들이 기피자들과 마찬가지로 출소 뒤에 사업자 등록 등에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오씨도 “해마다 일정한 숫자의 대체복무자를 허가하는 쿼터제가 궁극적 대안은 아니긴 해도 반대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레 의견을 내놨다.
‘특별히 허가된’ 면회시간은 각각 10여분 가량. 짧은 인사와 악수를 나눈 오씨와 염씨, 임씨가 교도관들과 함께 되돌아갔다. 최정민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수감시설에 갇힌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잠시 정체된 듯한 운동에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면회 투어를 준비했다”며 “19일 국가인권위 주최 ‘양심적 병역거부 청문회’에서 대체입법의 당위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주/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충주/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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