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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또다시…정치 개입은 맞는데 선거 개입은 아니다?

등록 2015-07-16 20:14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법 ‘원세훈 대선개입’ 판단 회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정치개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2심을 파기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전자우편 첨부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명시적으론 “선거·정치개입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거 인정 범위를 1심과 같이 판단해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고 한 1심 판결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 트위터 글 증거 인정 여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유무죄 판단은 검찰이 밝혀낸 국정원 트위터 글을 얼마나 인정하느냐를 두고 결정적으로 엇갈렸다. 핵심은 국정원 안보5팀(트위터팀) 김아무개씨의 전자우편에 첨부돼 있던 ‘시큐리티’, ‘425지논’ 파일을 증거로 볼지 여부였다. 이 두 파일 속에는 국정원 직원 등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 수십개가 기록돼 있었다. 검찰은 이 계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을 분석해, 트위터 연결 계정 1157개, 78만6698건의 트위터 글을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활동이라며 기소했다.

1심은 “김씨가 작성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했다”며 증거로 삼지 않았다. 이 파일은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내가 쓴 게 맞다”고 인정해야만 증거로 채택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국정원 직원이 시인한 계정 등을 기초로 해, 트위터 계정 175개가 쓴 글 11만3621건을 판단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선거 시기에 트위터 글 수가 줄어든 점 등을 보면,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이래 정부 정책 홍보와 친북세력 대응을 이유로 심리전 차원의 인터넷 활동을 해왔을 뿐, 대선 시기라고 해서 특별히 선거개입 목적을 갖고 활동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정원 직원 ‘이메일 첨부파일’
트위터 계정 수십개 포함
2심 “내용 신빙성…증거 인정”

대법 “당사자가 작성 인정해야”
국정원 트위터글 27만건 중
대선개입 핵심증거 16만건 불인정
고법 11만건 유·무죄 판단 ‘촉각’

하지만 항소심은 두 첨부파일을 모두 증거로 인정했다. 형사소송법에는 업무상 문서 등 당사자가 작성을 부인해도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항소심은 두 첨부파일이 바로 이 규정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당 첨부파일은 김씨만 알 수 있는 활동 내역이 날짜와 장소별로 기록돼 있고, 그 내용 역시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파일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작성돼 업무의 기초가 된 점 등을 종합하면, 김씨가 작성을 부인해도 증거로 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2심은 이를 바탕으로 트위터 계정 716개가 쓴 트위터 글 27만4800건을 증거로 인정했다. 판단 대상이 늘어나니 선거개입 여부도 명확해졌다. 2012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시점부터 ‘일반 정치 글’ 비중이 줄어들고 ‘선거 관련 글’ 비중이 증가한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이번에 대법원이 항소심이 인정한 첨부파일 2개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2심의 판단은 흔들리게 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업무상 문서’에 대해 “작성자에게 맡겨진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기계적·반복적으로 기재하는 것으로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없고 고도의 신용성이 있기 때문에 작성자를 불러봐도 문서를 제출한 것과 다름이 없어서 당연히 증거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이 형소법의 취지”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기준으로 보면 두 파일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조악한 언론기사 일부와 트위터 글이며, 심리전단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은 근원이 불분명한데다 작성자가 기계적으로 반복해 작성한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업무상 작성된 통상 문서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1~3심 판단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1~3심 판단
■ 파기환송심에서 선거법 유죄 가능성?

대법원은 2심이 인정한 27만여건 중 16만여건의 트위터 글을 제외하고 사실상 1심과 같이 11만건만 증거로 인정했다. 11만건을 바탕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한 2심의 법 적용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선거개입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2심이 인터넷 게시글, 댓글, 찬반 클릭과 트위터 글 전체를 하나로 묶어 통계 분석을 통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는데, 2심의 판단 대상이 되는 첨부파일 2개의 증거가 배제되면서 2심의 판단 기초가 되는 국정원의 사이버활동 범위가 달라지게 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트위터 계정의 범위에 관한 사실 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법률심인 상고심으로서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의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해당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증거로 인정한 트위터 글 11만건을 바탕으로 1심처럼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11만개를 바탕으로 선거법 위반을 무죄로 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꿔 말하면 11만개를 바탕으로 선거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다”라는 1심 논리에 대해 “선거 관련 정치관여가 선거운동으로 전환될 가능성 자체가 크게 내포돼 있는 상황에서 종전의 사이버 활동을 계속 독려했다면 선거운동의 적극적 용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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