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오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gmail.com
대법원은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파기하면서도 유무죄 판단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파기환송 때 유무죄 판단을 내비치는 다른 사건들에 비춰 이례적이다. 이런 면은 또 있다. 원심을 파기하고서도 보석 청구는 기각한 것이다.
이는 “원 전 원장 쪽의 상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 것과 어울리지 않는 판단이다. 항소심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쓰인 자료들의 증거능력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죄 선고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결과 법정구속된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3월 “공인으로서 도주 우려도 없고, 제출된 증거가 많아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이 필요하다”며 보석 허가를 청구했다.
이런 흐름이었다면 보석을 허가해줄 이유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원 전 원장을 엄벌에 처한 항소심 결과를 대법원이 상당 부분 허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여전히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보석을 허가할 사유가 없다고 봤다. 하급심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은) 나머지 증거들을 가지고 다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보석 허가는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론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 개입이라는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판단을 하면서 원 전 원장을 석방까지 하면 여론이 반발할 수 있음을 고려했다는 시각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대법원 판결과 결정의 승자는 박근혜 대통령이지 원 전 원장은 아닌 셈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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