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세훈 대선개입’ 판단 회피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법정에 앉아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gmail.com
사회적 파장 큰 사건 ‘기득권 불패’
‘대법원 구성원 보수화 탓’ 분석
“공동체 다양한 가치관 포괄 못해”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에서, 항소심이 효력을 정지시킨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되살렸다. 헌법재판소가 해직자의 교원노조 가입 자격을 부정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결정을 파기해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드러진 대법원의 ‘과거사 역주행’ 판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국가의 불법행위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과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무조건 증거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판례를 만들어, 과거사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을 파기했다. 올해 초엔 고문 피해자라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았으면 국가에서 배상을 받을 수 없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뒤집었다. 과거사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의 상당수가 박정희 정권 때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최고법원이 정권을 고려해 판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기득권 편들기 논란은 재계와 관련한 사건에서도 이어진다. 2013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한창일 때 대법원은 통상임금도 정기상여금에 포함된다고 선고하면서도,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소급 적용을 제한시켰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강자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이 크다는 재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대법원 구성이 바뀌면서 한 사건을 두고도 분위기가 바뀐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전교조의 시국선언에도 유죄 판결을 했다. 이 사건은 원래 주심이었던 김지형 전 대법관이 재임할 당시엔 무죄 의견이 많았지만, 김 전 대법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 등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들이 퇴임한 뒤 보수 일색으로 대법원 구성이 바뀌면서 유죄로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수적 법관 출신들로 인적 구성이 획일화되고 있다. 현재로선 공동체의 다양한 가치관을 포괄할 수 있는 최고법원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이경미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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