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세훈 대선개입’ 판단 회피
수사당시 내부갈등 승패 못가려
이메일 파일 증거인정 안돼
수사실무 어떤영향 줄지 촉각
수사당시 내부갈등 승패 못가려
이메일 파일 증거인정 안돼
수사실무 어떤영향 줄지 촉각
대법원이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유·무죄에 대한 판결을 미루면서 수사 과정에서 일었던 검찰 내 갈등 양상 역시 승패를 가리지 못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지난 2월 국가정보원법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인정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수사를 방해했다는 평가를 받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무총리)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2013년 6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을 반대한 당사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죄를 인정했다면 황 총리의 ‘수사 방해’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판단을 뒤로 미뤘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논란과 황 총리의 수사 외압 논란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에서도 대법원 판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것인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유죄로 인정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인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철저한 수사를 추구하던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 등은 검찰·법무부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뒤 줄줄이 좌천당했다.
한편 검찰 내에서는 이번 판결이 수사 실무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놓고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법원이 전자우편 첨부파일(‘425지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사자가 스스로 작성했다고 시인하지 않는 디지털 파일의 증거능력을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시대 상황과 동떨어진 조항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이 조항 때문에 최근 공안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이어진다는 판단에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린 상태다.
그럼에도 검찰은 대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말은 아꼈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이날 “판결 내용을 분석한 후 파기환송심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죄가 확정됐다면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법무부 수장 출신인 황 총리에게 타격이 돌아갈 게 뻔한 상황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처지인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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