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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포토]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흔적… 지뢰사고 피해자들

등록 2015-07-27 17:05

지난 4월 22일 유일하게 생존한 지뢰절단민간인 피해자 3명그 개척비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유철훈, 박경서, 김문빈. 철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4월 22일 유일하게 생존한 지뢰절단민간인 피해자 3명그 개척비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유철훈, 박경서, 김문빈. 철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뢰밭에서 학교 터 닦다가 지뢰 밟았어. 지뢰제거를 하던 군인들이 지뢰는 제거 안 하고 지뢰안전띠만 치우는 바람에 여기 첫 민간인 지뢰 피해자가 돼버렸지.”

유철훈 할아버지가 지난 4월 22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집에서 67년 4월 10일 지뢰사고 뒤 변해버린 삶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유씨는 “10살 어린 아내 홀로 이웃들 농사 도와주면서 가족생계 꾸리느라 나보다 허리가 더 굽어 버렸어. 지금은 기계가 농사짓지만 옛날에는 품앗이 안 하면 농사를 할 수가 없었거든”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을에서 첫 지뢰 피해자가 되면서 비교적 농사에 적합한 땅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전의 토지문서를 가지고 있던 지주가 뒤늦게 나타나 땅 소유권을 주장했다. 유씨는 땅을 지주에게 되돌려줘야 했다. 땅이 없어지면서 동네에서 농사는 지을 수 없게 됐다. 생계를 위해 아내는 남편의 곁을 떠나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했다. 시골에 홀로 남게 된 유씨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식량증산 정책 및 대북심리전 차원의 전력촌(통일촌) 조성‘이 진행됐다. 대마리 입주민들은 국가로부터 가구마다 10평짜리 슬레이트 가옥과 지뢰와 불발탄이 산재한 땅 6,000평을 받았다. 68년도 입주식 당시 설치된 개척비에는 150가구 입주민들의 이름이 모두 기록돼 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삶의 터전을 일궜다. 입주 당시 정부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뢰 등 폭발물사고로 사망 또는 다칠 경우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군이 민통선 이남으로 철수를 요구 할 경우 따라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신체포기와 주거 이전 자유 포기 각서를 받았다. 각서를 제출한 주민들 10명 중 1명꼴로 지뢰사고를 당했지만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었다.

1980년 전국비상계엄하에서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38선 이북 수복지역 토지 문서 소유자들이 제기한 토지 소유권 회복 민원을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며 가꾼 옥토를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지뢰사고로 남편을 잃은 김선임 할머니(73)는 아직도 73년도 11월 4일을 잊지 못한다. 시누이가 대마리 집에서 아이를 낳고 안방에서 몸조리를 했다. 삼남매 중 외아들인 남편과 시어머니가 이날 아침 9시 각자 땔감 나무와 빨래를 하기 위해 같이 나갔다.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시어머니가 땔감 나무 다했다며 산에서 내려온 남편에게 나무를 해 가지고 오라며 산으로 되돌려 보냈다. 3분 정도 지나서 ‘뻥’ 소리가 났다. 남편 배에서 내장이 쏟아져 나왔고 팔과 다리, 발가락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시어머니는 지뢰 지대에 아무도 안 올꺼란 생각에 아들 내장을 뱃속으로 밀어 넣어 주검을 질질 끌고 산에서 내려왔다.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가족의 삶은 참담했다. 매일 밀가루로 끼니를 때웠다. 아들 셋과 딸은 이질에 걸려 고생했다. 백일기침에 걸린 아이들은 엄마 앞에서 피가 나도록 기침을 했다. 김씨는 “우리 딸이 형제들 먹여살리겠다고 엄청나게 고생했어. 그래서였나 봐 32살에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암으로 죽었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 4월 22일 유일하게 생존한 지뢰절단민간인 피해자 3명과 피해자 가족이 그 개척비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전돈순 최숙남 김문빈 박경서 유철훈 임정순 이덕심 홍기일. 뒷줄 왼쪽부터 김선봉 이용학 신영택 김순자 김정숙 고문자 최기선 김선임 박민록 이철우.
지난 4월 22일 유일하게 생존한 지뢰절단민간인 피해자 3명과 피해자 가족이 그 개척비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전돈순, 최숙남, 김문빈, 박경서, 유철훈, 임정순, 이덕심, 홍기일. 뒷줄 왼쪽부터 김선봉, 이용학, 신영택, 김순자, 김정숙, 고문자, 최기선, 김선임, 박민록, 이철우. 철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4월 22일 유일하게 생존한 지뢰절단민간인 피해자 3명과 피해자 가족이 그 개척비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전돈순, 최숙남, 김문빈, 박경서, 유철훈, 임정순, 이덕심, 홍기일. 뒷줄 왼쪽부터 김선봉, 이용학, 신영택, 김순자, 김정숙, 고문자, 최기선, 김선임, 박민록, 이철우. 철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진·글 철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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