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렐지 페어' 참가자들.
희망래일·푸른아시아·김근태재단 공동…몽골 황사발원지 ‘성유보 선생 표지석’ 세워
작년 고인 기획한 ‘테렐지 페어’ 따라 에르덴 하늘마을서 30여명 봉사활동
작년 고인 기획한 ‘테렐지 페어’ 따라 에르덴 하늘마을서 30여명 봉사활동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함께 심고 물을 주었던 나무가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비록 세상을 떠나셨지만 못다 한 ‘통일과 평화의 꿈’은 여기 영혼으로 남아 언제까지나 지켜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동쪽 50㎞ 인근 에르덴 하늘마을에서 언론인이자 통일운동가였던 고 성유보 선생을 기리는 추모 표지판과 지난해 고인이 <한겨레>에 연재한 회고록 <미완의 꿈>(한겨레출판 펴냄) 헌정식이 열렸다. 남북 철도 잇기 시민운동단체인 희망래일에서 주관한 이날 행사는 지난해 10월 돌연 별세한 성 전 이사장의 유지를 기리는 자리였다. 철도공사 사장 출신으로 새 이사장을 맡은 이철 전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을 비롯해 고인의 지인들, 시민 등 모두 30여명이 참가했다.
에르덴 하늘마을은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 방지 활동을 펴고 있는 환경단체 푸른아시아에서 2010년부터 조림사업을 해온 대표적인 황사 발원 지역이다. 고인은 지난해 8월 처음 기획한 ‘테렐지 페어’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마을을 방문해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표지석을 준비한 이동섭 희망래일 상임이사는 “개인적으로 선배이자 민주화운동 동지였던 인연으로 고인에게 2012년 이사장 제안을 드렸을 때 흔쾌히 짐을 맡아주셨고 불과 2년 사이 시베리아 열차 횡단 체험, 대륙학교-바이칼호수 답사, 정전협정 작별하기, 청년평화리더십캠프 등등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셨다”면서 성 전 이사장의 남달랐던 ‘통일의 꿈’을 회고했다.
특히 성 전 이사장은 몽골과 교류·공감 확대가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희망래일과 푸른아시아·김근태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테렐지 포럼’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몽골은 시베리아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강대국인 중국·러시아 사이에 낀 지형적 조건 때문에 중립외교를 통한 동아시아 균형자 구실을 하고 있는 까닭에 강대국의 이해충돌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과 일맥상통할뿐더러, 남북 철도가 연결된다면 곧바로 대륙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통일의 미래상’을 꿈꾸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테렐지는 몽골 서북지역에 자리한 대규모 국립공원 지역이다.
희망래일은 지난해 10월 성 전 이사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과 함께: 끊어진 한반도 철도에 생명을!’ 캠페인을 벌였고 올해 들어서도 ‘디엠제트(DMZ)에는 탱크가 아닌 열차가 지나가야 합니다’를 표어로 내걸고 꽉 막힌 남북교류의 맥을 되살리는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2회째인 올해 테렐지 페어는 중국 베이징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달리는 유라시아 국제열차를 타고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는 1박2일 체험을 시작으로, 몽골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포럼과 황사 조림지역 봉사활동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에르덴 하늘마을에서 참가자들은 지난해 참가자들이 심어놓은 조림지를 살펴보고 500여그루의 나무에 일일이 물을 주며 무사 성장을 기원했다.
고인과 경북 경산초교 동창으로 딸과 사위, 중학생 외손자 등 가족과 함께 참가한 도경씨는 “어릴 적부터 워낙 똑똑하고 솔선수범하던 친구여서 생전에 가까이 교류는 못 했지만 늘 자랑스러워했다”며 “뒤늦게나마 친구의 행적을 따라와 보니 새삼 그의 뜻이 크고 그를 존경해주는 이들이 많아 고맙다”고 술회했다.
푸른아시아는 몽골 황사 발원 지역 6곳에서 15년째 조림사업과 환경난민 자립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에르덴 하늘마을 담당자인 최현숙 사무차장은 “추모 표지판이 사막 특유의 건조하고 강한 바람, 여름과 겨울의 급격한 온도차 등 열악한 기후 조건에서도 부식되지 않는 특수 재질로 제작됐다고 하지만 훼손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서 한국에서 오는 수많은 조림 봉사자들에게 ‘통일의 꿈’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성유보 선생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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