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안팎 수사 장기화 부정적 여론
검찰안팎 수사 장기화 부정적 여론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두번째 기각되면서 가뜩이나 장기화된 포스코그룹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5월 포스코건설 재직 당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정 전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27일 기각됐다. 검찰은 그로부터 사흘 전 기존 혐의 내용 설명을 보완하면서 정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수십억원대 특혜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이승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추가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영장 기각 이후 보완 수사 내용 및 심문 결과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추가된 혐의는 포스코건설이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를 지으면서 동양종합건설 현지 법인과 레미콘 공급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급금 34억원을 제대로 된 보증 없이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선급금은 공사 전 장비나 자재 마련을 위해 협력업체에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떼일 염려가 있어 보증을 받게 돼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다른 업체에 선급금을 지급할 때는 공인된 선급금환급보증(AP본드)을 받지만 동양종합건설 현지 법인과 계약했을 때는 동양종합건설 본사의 보증만 받고 돈을 지급해 특혜를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 쪽이 지급한 선급금은 일반적 수준은 물론 처음 계약한 것보다도 적어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5개월 가까이 진행된 포스코그룹 수사는 포스코 핵심 인물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거래업체들 비리나, 임직원이 뒷돈을 받고 대형 공사에 참여시켜준 관행을 밝혀내는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런 비리들이 정 전 부회장이나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등 그룹 수뇌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성공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 전 회장의 영장이 거듭 기각되면서 수사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어, 수사팀은 이른 시일에 수사 지속 필요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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