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신원 회장 구속기소
차남이 회삿돈으로 주식 투자
대신 갚아줬다 ‘차명재산’ 들통
차남이 회삿돈으로 주식 투자
대신 갚아줬다 ‘차명재산’ 들통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재벌가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수백억원의 재산을 숨겨둔 채 무일푼이라고 주장해 빚을 탕감받은 박성철(75) 신원그룹 회장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300억원대 차명 주식과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법원과 채권단을 속여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등)로 박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박 회장은 2007~2011년 개인파산면책과 일반회생 과정에서 “재산이 전혀 없다”고 주장해 법원에서 채무 250억여원을 면책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회삿돈 7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박 회장의 차남인 박정빈(42) 신원그룹 부회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는 박 부회장의 주식투자가 단초가 됐다. 그는 2010~2012년 회삿돈 78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썼고,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안 박 회장이 아들 대신 빼돌린 돈을 갚았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 돈의 출처가 차명재산임을 확인하고 4월에 박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차명재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의심 가는 토지 등기부를 일일이 확인해 숨겨진 부동산을 찾아냈다. 이 업체 2대주주의 주식도 실소유주가 박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앞서 1998년 외환위기로 신원의 경영 상태가 악화됐을 때도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서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내놓는 조건으로 수천억원의 채무를 감면 또는 출자전환 받고 540억원의 신규 운영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하자 페이퍼컴퍼니와 차명재산을 이용해 경영권을 되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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