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선거기간 중 인터넷 실명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남은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 7월30일 선거운동 기간에 언론사 누리집 게시판 등에 후보자나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글을 올릴 때 실명 확인을 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82조6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 이 조항에 대한 폐지 의견을 국회에 낸 바 있다. 선관위는 당시 의견서에서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면서 선거운동 기간에만 실명 확인 제도를 두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소셜 댓글(트위터·페이스북 등 계정으로 로그인해 글을 쓰는 것) 등 실명 확인을 받지 않는 정보의 게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규제의 실효성도 낮다”고 짚었다.
헌재는 앞서 2012년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의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 그 취지를 따르자면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확인제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선거기간이 되면 중소 언론사들은 실명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신 게시판을 닫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에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확인제는 합헌이라고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불이익이 올바른 인터넷 문화 달성이라는 공익보다 작지 않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실명 확인으로 얻는 선거공정 등 공익이 글 게시를 주저하고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등의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호를 우선시했던 3년 전에 비해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선거공정을 위해 익명 표현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 제대로 된 검증과 여론 형성을 못해 공정선거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못 보고 있다”고 했다.
반대의견을 낸 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도 “선거운동에서 정치적 익명 표현의 자유는 비밀선거 원칙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비춰도 그 보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헌재 결정 이틀 전인 7월28일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를 없애기로 의결했는데, 이번 헌재 결정이 법 통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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