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인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맨 오른쪽)이 지난 7월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법원에서 제2차 서울서부지법 여름 인턴십에 지원한 관내 법학전문대학원 원생들한테서 부임신고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누리집
최소운영수입보장 약정 ‘잡음’ 일어…15개 도로·지하철·터널에서 돈 벌어
이 후보자, 2009~2011년 4억원어치 매입…“굳이 그런 곳에” 지적 나와
맥쿼리 “투자 정보 공개돼 누구나 투자 가능…특혜 논란 맞지 않아” 반박
이 후보자, 2009~2011년 4억원어치 매입…“굳이 그런 곳에” 지적 나와
맥쿼리 “투자 정보 공개돼 누구나 투자 가능…특혜 논란 맞지 않아” 반박
현직 고위 법관인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가 특혜와 ‘국부 유출’ 논란이 있는 외국계 펀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 주식을 4년 남짓 보유하면서 시세차익과 배당금으로 2억5000여만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가 이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있던 시기에 이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은 것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이 후보자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그는 2009년 맥쿼리인프라 주식 7만9320주를 3억8866만8000원에 샀다. 2011년 1689만8000원을 주고 1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총 8만320주를 보유하다 2013년 5억4938만8000원에 모두 팔았다. 약 4년 만에 1억4778만8000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1억원이 넘는 배당수익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인프라 누리집에 공개된 연도별 주당 배당금을 바탕으로 이 후보자가 받은 것으로 보이는 배당금을 추정하면, 2009년 하반기 1269만1200원, 2010년 2728만6080원, 2011년 2650만5600원, 2012년 3855만3600원으로, 총 1억503만6480원이 된다. 4년간 배당수익과 주식 매각 차익으로 2억5000여만원을 번 셈이어서, 수익률은 63%(연간 15.7%)가 된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주말이라 금융기관 조회가 어려워 정확한 배당금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오스트레일리아 금융회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2002년 국내에 설립한 펀드회사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마창대교 등 15개 기반시설 사업에 투자했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예상 통행료의 70~90%를 보장받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약정이 된 사업에 투자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은 실제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에 못 미치면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으로 수익을 보전해주는 구조로, 특혜·세금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주2순환도로 1구간 건설 투자를 받은 광주시는 이 협약 때문에 11년간 세금으로 예측통행료 수입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190억원을 보전해줬다. 또 자사가 대주주인 민자사업자에게 후순위대출을 해주고 연 10% 이상 많은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겨 법인세 회피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자는 맥쿼리인프라 주식 매입 이유에 대해 “일반 은행 이자보다 배당금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에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다. 해당 주식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고시해 법적 문제도 없는 것으로 알았다. 취득 당시 특혜 논란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소운영수입보장이나 후순위대출 방식은 오랜 기간 논란이 돼왔다. 감사원은 2011년 “최소수입보장제도로 운영되는 사업에서 정부보전금을 축소하고, 후순위채권 등 신종 금융기법을 통한 법인세 탈세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하라”고 관계기관에 요구했다. 2012년에는 적자누적을 이유로 운임을 500원 올리겠다고 발표한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맥쿼리인프라 등에 고율 이자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메트로9호선은 요금인상 문제로 서울시와 소송전까지 갔다. 이 후보자는 “2013년 상반기 서울고법 행정부로 인사가 난 뒤 지하철 9호선이 요금 문제로 서울시와 소송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될 수도 있어 상반기 중에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맥쿼리인프라의 수익구조는 일반 국민들 눈으로 보면 건전한 상식에 반하는 면이 있다.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기본 가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대법관 후보자가 굳이 그런 논란이 있는 기업 주식에 투자해 재산을 축적한 행위가 적절한지 생각해볼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맥쿼리인프라펀드는 거래소에 상장된 펀드로 투자자 수가 1만5000여명에 이르고 그 중 국내 투자자 비중이 73%에 이르는 국내 펀드다. 모든 투자 정보가 홈페이지에 공시돼 있고 누구나 투자할 수 있어 맥쿼리펀드에 대해 특혜 논란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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