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잠실운동장 연계개발 관련
반대서명부·주민의견서 날조의혹
“구청장 독촉에 주소록 베꼈다 들어”
서울시 “최소 3만5000명 서명 문제”
반대서명부·주민의견서 날조의혹
“구청장 독촉에 주소록 베꼈다 들어”
서울시 “최소 3만5000명 서명 문제”
서울 강남구가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연계 개발’에 반대하며 제출한 주민 서명과 공람공고에 대한 주민의견서에 가짜 명의자가 13일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사문서 위조, 공무집행 방해 등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서울시 등은 보고 있다. 강남구는 전날 “(서울시 계획에) 반대하는 68만4108명의 의견서와 서명부를 제출했는데 서울시가 이를 묵살하고 축소·왜곡보도했다. 갖은 불법과 횡포를 동원해 만든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결정고시에 대한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취재 결과, 강남구가 지난 4월 말 제출한 서명부에는 하나의 필체로 수십~수백명의 명의(이름, 주소, 서명)가 적혀 있었다.
서명부에 기재된 윤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남구에 살지 않고 관련 사업을 알지도 못한다. 서명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공무원 이아무개씨는 서명부에 소방학교 주소지(서초동)가 적혀 있으나, “공무원으로서 그런 서명에 응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오아무개 강남구의원도 서명부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앞뒤로 적힌 10명이 같은 필체다. 오 의원은 “직접 서명한 적은 있지만, 이 서명부에 있는 서명은 내 필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명의 필체로 500명 이상 연서명되고, 2~3명의 필체가 번갈아 수십명을 채우거나, 복사본으로 제출된 서명부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소 3만5000명의 서명이 이런 방식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람공고 뒤 시가 규정상 청취해야 하는 주민의견서에도 가짜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 실무자는 “주민 의견을 낸 549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시가 의견수렴 여부 등을 통지했는데, 7명이 의견서를 낸 적이 없다고 직접 전화해왔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직원은 “신연희 구청장이 4월 간부회의에서 가족, 친지 등 모든 역량을 발휘해 (반대 서명) 목표치를 달성하라고 했다. 동창 주소록을 그대로 베껴서 가라(가짜)로 사인하고 냈다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공무원 서명 동원 여부에 대해 “구청장이나 강남구 1400명 공직자는 강남구민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강남구가 지난 4월 말 제출한 서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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