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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버지가 해결 못한 위안부 문제, 박 대통령이 해결해야”

등록 2015-08-14 19:13수정 2015-08-15 13:43

김복동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우린 해방 안돼”
한·일 양국에 조속한 해결 촉구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인 김복동(89) 할머니는 꼿꼿이 선 채 말했다.

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 할머니는 부축을 받아가며 어렵게 단상에 올랐다. 시력이 좋지 않은 그는 “많은 사람이 와 있다”고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하자 “그렇다면 좀 길게 말해야겠다”며 10여분 동안 한·일 양국 정부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김 할머니는 “만 14살 나이에 말을 듣지 않으면 온 가족 살림을 몰수하고 외국으로 추방시킨다고 했다. 억지로 공장에 끌려갔는데 그곳은 일본도 공장도 아닌 전쟁터였다”며 “전쟁이 끝나고 몇달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는 아직 해방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 시기 대만, 중국 광둥,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자바와 수마트라, 싱가포르 등 일본군이 옮겨다니는 곳마다 끌려다녔던 그는 “(일본) 자기네들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해놓고 민간인이 했다, (위안부들이 스스로) 돈벌러 갔다고 하니까 너무나 억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한일협정)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 정부가 과거 조약을 맺을 당시에 해결만 똑똑히 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싸우지 않았을 텐데, 일본은 과거 조약 때 해결을 다 지었다고 하고, 우리 정부는 그게(위안부 문제) 빠졌다고 하니 우리는 어디 가서 말을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 정부를 향해 그는 “아버지가 해결 못 지은 것을 따님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마땅히 해결 지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할머니는 이어 “일본 정부는 2차 대전에서 저지른 나쁜 짓을 명백히 사과하고, 교과서에도 과거의 잘못을 올바르게 기재하며, 우리를 끌고간 일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 사죄하고 법적으로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 일을 깨끗이 해결 짓기 전에 절대 일본과 화합할 수 없으니 과감하게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우리 정부에 당부했다.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나라 안팎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해온 평화운동가다. 지난 4월 국경 없는 기자회와 <아에프페>(AFP) 통신이 펴낸 화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웅 100명’에 달라이 라마, 아웅산 수치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고, 올해 서울시 여성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6월엔 전 재산 5000만원을 분쟁지역 피해아동 지원과 평화활동가 양성에 써달라며 ‘나비 기금’에 기부하기도 했다. 있는 힘을 다해 한마디씩 이어가던 김 할머니는 “첫째, 전쟁이 없어야 한다. 전쟁이 있다면 우리 같은 일이 앞으로 안 생긴다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로 으르렁대지 말고 한발 물러나 평화의 길이 열리도록 힘을 써달라”고 남북 모두에 촉구했다. 47명 남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의 애끓는 호소에 긴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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