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간 경제 이권 다툼에
정부와의 정책 갈등에
5년간 76건 대법으로
정부와의 정책 갈등에
5년간 76건 대법으로
“살길 없다. 경남어민, 대법원이 책임져라!”
“경남어민 함께 뭉쳐 우리 바다 지켜내자!”
지난달 22일 경남 남해 앞바다 해상에서 어선 250척이 대법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깃발을 내걸고 집단 시위를 벌였다. 대법원이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 사이 멸치어장 일대에 해상경계선이 있다고 판단하고, 전남 해역에서 조업한 경남 어민 7명에게 수산업법 위반죄를 적용해 벌금형을 확정하자 경남 쪽 어민들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여드레 뒤에는 충남 태안군과 홍성군이 다퉈온 천수만 상펄어장 관할권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새 해상경계선을 확정하자, 기존 어장 일부를 내주게 된 태안군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도입 20년이 넘어가면서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분쟁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권 앞에서 합리적 대화가 어려운데다 마땅한 중재 시스템도 없어 대법원과 헌재를 찾는 경우만 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지방자치법 등에서 규정한 매립지 귀속, 조례 무효 소송, 감독청 처분·명령에 대한 이의 소송을 단심제로 판단하는데, 관련 사건은 2000~2004년 28건, 2005~2009년 34건, 2010~2014년 76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자치법 등이 따로 규정하지 않은 기관들 사이의 권한쟁의는 헌재가 심리하는데, 1988년 헌재 설립 뒤 현재까지 접수된 86건 가운데 50건이 지자체가 당사자인 경우다.
이에 따라 빈발하는 지자체 간 분쟁을 정책이 아닌 사법의 잣대로 결론 내는 ‘행정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재복 연구위원은 “갈등 해결의 기준이나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갈등 해소에 시간과 비용이 느는 만큼 정부의 분쟁해결기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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