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역사학자
<한겨레> 팟캐스트 방송 ‘디스팩트’ 출연
“박정희가 경제성장 이뤘다는 건 일종의 영웅주의”
“박정희가 경제성장 이뤘다는 건 일종의 영웅주의”
화제의 트위터리안이자 역사학자인 전우용(53)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를 두고 “경제성장은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이뤄지거나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씨는 31일 <한겨레>가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 ‘디스팩트’에 출연해 “새마을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농촌진흥운동의 부활이었다”며 “(1970년대) 박정희 시대의 경제 시스템을 이야기하려면, 1930년대부터 진행됐던 일본의 ‘조선공업화 정책’이란 걸 먼저 얘기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경제 성장에 대해 얘기하면 ‘매국노’라고 지적하면서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을 얘기하면 (제대로 된 경제성장이) 맞다고 하는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그러면서 “일부 뉴라이트 학자들은 ‘실제로 경제성장은 1930년대가 더 빨랐고, 더 많았고, 더 심층적이었다’고 주장한다”며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제성장은 궁극적으로 대륙 침략을 위한 조선 개발 정책이었고, 60년대는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 전략과 관련돼 설명되는 것이라 박정희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어떤 한 사람(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이뤄진 현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씨는 또 “(1970년대) 당시 한국이 분단 상태였고 체제 경쟁의 최전방에 서 있었던 점들을 아울러 봐야한다”며 “그래야 경제성장의 문제들이 어떤 한 사람의 개인적 리더십이라던가 철학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말은) 일종의 영웅주의”라며 “현대 사회는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방송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실종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전쟁인데, 1~2차 세계 전쟁을 겪으면서 황폐화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 전 세계의 시대적 과제였다”며 “한국사회는 최근 10년 사이, 6.25전쟁 뒤 치달았던 물신주의나 경쟁 만능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의문을 던졌다. 이어 “그렇게 되돌아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염치가 상실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돈이나 물질을 위해서라면 다른 어떤 것도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갑질’이라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 두드러진 문제”라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런 태도에 대해서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씨는 사회에 만연한 ‘각자도생(사람은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함)’의 모습을 언급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각자도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만들어내는 대다수 사람들이 ‘나만 아니면 돼’에 연관된 사람들”이라며 “예를 들어, 관리비를 조금 아끼겠다고 아파트 경비원들을 마구 해고하는 아파트 입주민들 중에도 상당수는 해고 위협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사회는 당연히 모두가 불안하고, 무섭고, 위험하다”면서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은 그 반대라서 함께 힘을 합치고 배려하고 연대해서 같이 잘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길 하면 좌파니 빨갱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전씨가 방송에서 기성 세대들에게 건낸 일침도 눈길을 끈다.
그는 청년 세대를 꾸짖는 기성 세대에게 “과거에 겪었던 참혹한 상황을 젊은 세대들에게 물려줄게 아니라면 왜 그 상황에 대한 대응 방법을 가르치려고 드는지 의문”이라면서 “거꾸로 지금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기성 세대가 이해하고 도와줘야지 이해받으려고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해줄 얘기가 별로 없지만 힘내라, 위로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가 아는 바에서 도와줄 수 있다”라는 따뜻한 말을 건냈다.
전씨는 “제가 겪었던 청년기와 제 아들 세대가 겪는 청년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재단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제 트위터의 순기능이 있다면, 그런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씨는 지난 24일, 2014년 한 해동안 자신의 트위터(@histopian)에 올린 글을 정리한 책 〈140자로 시대를 쓰다〉(휴먼큐브)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역사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한탄과 울분과 소망을 기록한 책이다.
전우용 역사학자가 출연한 ‘디스팩트’ 75회 방송(▶바로 가기 : 디스팩트 75회-역사학자 전우용의 촌철활인! http://www.podbbang.com/ch/9039)은 팟빵과 스마트폰 아이폰 앱 아이튠즈, 안드로이드 폰 앱 ‘쥐약’ 등에서 다운로드 받아 들을 수 있다. 방송은 매주 월·수·금요일 청취자를 찾아간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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