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서울대입구역 방향 승강장에서 정비직원 조아무개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강남소방서 제공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던 외주업체 노동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2년7개월 전에도 동일한 사고가 일어났지만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물론 외주업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규정을 앞세운 원청·외주업체의 책임 대신 현장노동자의 과실만 부각된 결과다.
서울메트로는 안전문 유지·보수업체 두 곳과 외주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8월29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숨진 조아무개(28)씨는 유진메트로컴 소속이고, 2013년 1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숨진 심아무개(당시 38)씨는 은성피에스디 소속이다.
심씨 사망 당시 검찰은 은성피에스디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외주업체 쪽 법률대리인이던 이아무개 변호사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에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숨진 조씨처럼 입사한 지 갓 1년이 지난 심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 등 안전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심씨의 유족이 낸 민사소송에서도 배상 책임을 벗었다. 지난 2월에 나온 판결을 보면, 법원은 서울메트로가 안전규정을 여러 차례 외주업체 쪽에 교육·지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심씨가 선로 안쪽에서 작업하면서도 관제소에 알리지 않은 과실 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본인 과실 70%, 은성피에스디에는 30%의 책임만 인정해 300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메트로는 조씨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2인1조 근무 등 안전규정을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는 입장인데, 작업자들은 외주업체 소속인 적은 인력이 잦은 출동을 하는 탓에 현장에서 이런 규정들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증언하고 있다.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계약 조건을 통해 외주업체의 안전규정 준수를 ‘압박’할 수도 있지만, 서울메트로는 외주업체와 ‘각종 손해·손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외주업체가 진다’는 업무협약만 맺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우지연 변호사는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위탁은 내용상 도급계약인데, 안전관리를 위해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직접 업무를 지휘·감독하게 되면 법에 따라 불법 파견이 된다. 이 때문에 모든 책임을 외주업체에 떠넘기는 계약을 하게 되고, 오히려 원청의 법적 책임은 면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인 강문대 변호사는 “서울메트로는 안전규정 마련 등 책임을 다했는데도 노동자가 규정을 위반해 숨졌다고 하는데, 숨진 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서울메트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허승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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