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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 24년만의 무죄판결 그후…

등록 2015-09-01 20:40수정 2015-09-02 10:28

강기훈
강기훈
“사법부가 과거 ‘오심’ 사과했다면 나같은 고통 겪는 이들에 위로됐을텐데…”
24년 동안 ‘자살하려는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준 남자’로 살아온 강기훈(51)씨는 지난 5월14일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랜 세월 자신을 짓눌러온 멍에를 ‘공식적으로’ 벗는 순간이었지만, 정작 그는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왜 법정에 나오지 않았을까?

“제가 안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 (유서대필) 사건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아 법정에 나가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그들을 모두 용서 할 수 있겠나”

대법원 선고 날, 그는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 머물고 있었다. 휴대전화도 꺼놓아 대법원 선고 결과는 옆에 있던 사람이 기사를 보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날 저녁 그와 함께 머물던 8명가량의 사람들이 조촐하게나마 축하파티를 해줬다고도 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고 4개월 남짓 침묵하던 강씨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31일 <한겨레>와 만나 “이 사건 재심은 내가 아니라 사법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차피 이 사건의 시나리오는 검찰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고, 그것을 유죄로 판단한 곳은 법원이었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그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에서 같이 일하던 김기설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에도 끊이지 않던 사건조작 의혹은 결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이어졌고, 결국 재심 청구 7년 만인 지난 5월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간암 판정을 받고,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빨리 재심 결정을 해 달라고 1인시위까지 했다. 3년 만에야 겨우 재심에 들어갔는데, 검찰의 공소사실은 24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1월 서울고법 재심 구형에서 “사정을 잘 모르는 국민은 검찰과 사법부가 합작해 억울한 사람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강씨의 잘못된 행위를 재심 판결문에 자세히 적어 달라”고 ‘주문’했다.

24년 만에 누명을 벗은 강씨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과거의 ‘오심’에 대해 아무 의사표시도 하지 않은 대법원을 가리켜 “나를 위한 사과는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법부가 사과를 하면, 비슷한 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제가 어떻게 그들을 모두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1월 최후진술 때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담의가 ‘기억을 되씹지 말고 욕을 하고 싶으면 욕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누구에게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시) 서울지검 강신욱·신상규·송명석·안종택·남기춘·임철·곽상도·윤석만·박경순 검사, 노원욱·임대화·부구욱·박만호 판사와 같은 구체적 대상인가? 전재기 서울지검장이나 정구영 검찰총장? 아니면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대한민국 혹은 인간사회인지 모르겠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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