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절차
“예전보다 압수수색 신중해져”
“횡령-로비 고리있는데 별건이라니”
TF꾸려 압수수색 절차 개선안 마련중
“횡령-로비 고리있는데 별건이라니”
TF꾸려 압수수색 절차 개선안 마련중
수사기관이 디지털 정보를 압수수색하는 전체 과정에 피의자 쪽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검찰이 이 판례를 실무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16일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할 때는 △혐의 관련 정보 추출이 완료(압수수색 종료)된 시점까지 피의자 쪽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참여 기회 보장은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족하다 △탐색 도중 영장 혐의 외 다른 범죄 혐의 자료가 발견될 경우 해당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판결 뒤 검찰의 압수수색은 기존 관행보다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2일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기존에 압수수색을 두군데 했다면 이제는 꼭 필요한 곳을 추려서 한군데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판례가 요구하는 절차를 못 지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중히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판결 이후 수사관들이 자칫 잘못하면 압수한 자료를 증거로 못 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검찰이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형사 사법 절차와 관련해 검찰 내 ‘대표적 이론가’로 꼽히는 이완규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 판결과 관련해 “판례는 피의자 참여 기회만 줄 뿐, 어느 범위에서 언제까지 참여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이 없어 이 문제는 해석에 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검사는 대법원 판례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수사가 불가능하므로, 현실에 맞게 적절히 실무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은 법원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부장판사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기관의 판단에 어느 정도 재량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혐의 관련성’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넓게 인정할 것인가인데, 이에 관한 선례가 집적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별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하나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를 압수한 뒤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가 다른 혐의 범죄 수사의 단서로 사용하는 경우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법원이 실질적으로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만큼 처음 압수수색할 때 피의자에게 참여 기회를 줘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넘기지 않거나, 추가 혐의가 발견되면 추가 영장을 받아 적법한 수사를 하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수사실무를 다루는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기업범죄의 경우 대개 회계조작, 횡령·배임 등을 통해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로비 등에 사용하는데, 횡령 혐의로 영장을 받았다가 리베이트나 로비 ‘범죄의 단서’가 나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하는 만큼, 이를 별건 수사라고 부르며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검은 대법원 판결 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압수수색 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형사소송법에서 일반적인 압수 절차 외에 ‘서류의 선별적 열람’에 관해 별도 조문을 둬 서류를 사무실로 가져와 최종적으로 압수할 대상을 선별하는 절차를 규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형사소송법에 압수수색 절차에 관한 기준을 명문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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