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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각장애인 23명 길거리 나앉을판

등록 2005-10-12 06:43수정 2005-10-12 06:43

울산 울주군 웅촌면 새 전셋집에 이사하려다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이사를 못한 한경섭(맨 왼쪽) 광명원 원장 등 시각장애인들이 11일 이미 경매로 넘어간 광명원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울산 울주군 웅촌면 새 전셋집에 이사하려다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이사를 못한 한경섭(맨 왼쪽) 광명원 원장 등 시각장애인들이 11일 이미 경매로 넘어간 광명원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울산 공동숙소 ‘광명원’경매→울주에 전세마련→주민들이 진입로 막아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자녀교육에 좋지 않다”밤샘 감시
“장애인은 주거의 자유도 없나요?”

시각장애인 23명이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숙소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시골 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찾았으나 마을 주민의 반대로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 중구 성안동 시각장애인 수용시설인 ‘광명원’(원장 한경섭·59)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4월이었다. 17살 때 실명한 한 원장이 갈 곳 없는 시각장애인 23명을 돌보기 위해 2001년 4월 5층 건물을 지으면서 대출한 6억여원의 이자를 몇 달째 내지 못해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면서부터다.

애초 광명원은 한 원장이 35년 동안 안마시술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털어 2000년 12월 남구 신정동에 마련한 2층짜리 전세 건물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예닐곱 명이 식구를 이뤄 살았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중병을 앓는 시각장애인 등이 하나둘씩 찾아들면서 식구가 모두 23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5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가정을 이룬 12가구는 20평 남짓한 방 하나씩을 배정받아 살고, 단신인 이들은 2~3명씩 같은 방에서 살았다. 가정을 이룬 이 중에서는 예순의 시각장애인이 아흔을 넘긴 시각장애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경우도 있다.

광명원은 사회복지시설 인가를 받지 못해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가을부터 한 원장이 운영하던 안마시술소 영업이 어려워졌다. 한 원장은 “관할 중구청에 인가 신청을 했으나 개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시설은 곤란하다는 답변을 해 인가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매로 보금자리를 잃은 광명원 식구들은 4개월 동안 헤맨 끝에 8월 초 울주군 웅촌면 한 시골마을의 2층 식당 건물을 찾아 겨우 전세계약을 맺었다. 한 달 남짓 3천만원을 들여 내부 공사를 벌인 뒤 이달 6일 이삿짐을 꾸렸다. 하지만 20여가구의 마을 주민들이 이사 당일 경운기와 돌덩어리로 진입로인 농로를 막았다. 전셋집은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400여m 떨어져 있지만 주민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 자녀 교육에 좋지 않고 집값이 떨어진다”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이날 온종일 주민들과 대치하던 원생들은 경매에 넘어간 광명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건물을 인수한 병원 쪽이 공사를 한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해 짐을 풀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애타게 보내고 있다.


이후 한 원장은 다시 마을을 찾아가 “동네를 돌아다니지 않고 전셋집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하지만 주민들은 원생들이 밤에 이사를 올까 봐 2~3명씩 조를 짜 감시에 나섰다. 또 원생들의 입주를 막아달라는 진정서를 울주군에 냈다.

이 마을 이장 김아무개씨는 11일 “주민 정서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광명원 쪽이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몰래 이삿짐을 들이려 했다”며 “아예 개인 농로를 없애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사 가기 일주일 전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눈먼 사람들이라고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며 울먹였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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