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씨제이(CJ) 회장이 지난해 9월1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휠체어에 탄 채 법정을 떠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법 ‘이재현 CJ회장’ 파기 환송
대법원이 10일 이재현(55) 씨제이(CJ)그룹 회장의 횡령·배임·탈세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유죄로 인정된 배임 액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기환송심에서 배임 액수 산정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되는데, 결국 관심의 초점은 형량이 줄어들 것인지로 모아진다.
대법원이 문제삼은 대목은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팬 재팬’이 일본 도쿄에서 건물 두 채를 매입하면서 씨제이의 일본 법인인 ‘씨제이 재팬’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검찰은 팬 재팬의 대출금 전액인 39억5000만엔(약 309억원)과 이에 따른 액수 미상의 이자를 배임액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을 적용했다.
배임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경가법의 해당 조항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징역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반면 형법 제355조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 356조의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대법 “이 회장 개인회사 빚갚을 능력
CJ 대출보증액 전부가 배임액 아냐” 배임액 줄면 형량 작아질 수 있지만
횡령·탈세는 유죄…형량조정 없을수도
김회장처럼 ‘집유’로 끝날까 촉각
1·2심 재판부는 환율 계산 방식만 달랐을 뿐 이 액수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팬 재팬이 빚을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인다며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구체적인 배임액 산정이 어렵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특경가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제 관심은 파기환송심에서 내려질 형량으로 모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가 징역 2년8월~12년2월이라고 밝힌 뒤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유죄 인정 액수를 줄여야 한다고 밝힌 만큼 형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이 양형기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대법원이 주요 혐의인 횡령과 탈세는 유죄가 맞다고 판단한 만큼 배임죄 인정 정도가 양형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횡령·탈세만으로도 양형기준은 징역 2년8월~10년6월이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서, 이 회장 사건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게 됐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3200억여원대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회사에 1041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2011년 불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항소심에서는 건강 악화에 따른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대법원은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1심 징역 4년→2심 징역 3년→대법원 배임 혐의 파기환송’까지 경로가 동일하고,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중간에 풀려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 쪽으로서는 김승연 회장처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해피엔딩’을 바라겠지만,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씨제이는 이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이 회장이) 감염 우려 등으로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상태임을 고려할 때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CJ 대출보증액 전부가 배임액 아냐” 배임액 줄면 형량 작아질 수 있지만
횡령·탈세는 유죄…형량조정 없을수도
김회장처럼 ‘집유’로 끝날까 촉각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판부별 혐의 인정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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