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부교육청 ‘초등교 대망교육’ 눈총…“군국주의 연상”
서울 중부교육청(교육장 이남교)이 ‘리딩 중부 대망교육’이라는 학력신장 방안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군국주의적 잔재를 연상시키는 낡은 교육방식을 강요해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2일 중부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리딩 중부 대망교육 계획’을 보면, 학교별로 신념왕·독서왕·영어왕 제도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세 가지 모두 ‘왕-대왕-제왕-황제-왕중왕’으로 이뤄진 단계별 승격제로 운영되는데, 단계별로 승격할 때마다 학교장이 표창하고, 황제로 승격하면 교육장이 표창한다.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세 분야의 성취 단계를 표시한 이름표도 달도록 했다.
매일 등교 때 국기를 바라보며 자기의 목표를 다짐하는 ‘1일 다짐’ 활동도 포함돼 있다. 교육청이 주관하는 ‘꿈 다짐’ 행사에 참여하면 1단계씩 승격시켜 주도록 했다. 꿈 다짐 행사는 인왕산 정상에 올라가 “나는 000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치면 확인 도장을 찍어 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큰소리로 외친 학생만 합격시키고, 불합격하면 다시 외쳐야 한다.
이날 열린 첫 꿈 다짐 행사에 아이들을 인솔했던 ㅈ아무개 교사는 “말이 자율 참여지, 학교 분위기상 거의 강제적으로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아이를 빼고는 거의 다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청의 행사 계획에는 “관내 4~6학년 초등학생들은 전원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참여 학생 비율을 참고해 학교 표창을 한다”고 돼 있다. 이날 인왕산에는 중부교육청 관내 9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4천여명이나 올랐다.
중부교육청 관내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망교육’이 20년 가까이 일본의 한국 영사관과 한국교육원 등에서 근무해 온 교육장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꿈 다짐 행사 발대식이 열린 매동초등학교에서 “군국주의 부활·전시행정 대망교육 중단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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