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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은행 모든 직원 가입하라” 기부 강제하는 청년펀드

등록 2015-09-22 21:38수정 2015-09-23 01:44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 개시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영업2부점에서 행원이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5.9.21 (서울=연합뉴스)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 개시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영업2부점에서 행원이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5.9.21 (서울=연합뉴스)
계약직까지 1인1계좌 동원령
액수 정해주고 추가가입 요구도

신한·국민 등도 유사한 사례
펀드실적 매일 국무조정실 보고
은행간 ‘실적경쟁’으로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중은행 5곳이 청년희망펀드를 출시한 가운데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직원들에게 펀드 가입을 지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신한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청년 취업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한 청년희망펀드에 은행이 직원들을 반강제로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희망펀드는 금액 제한 없이 자유롭게 납부할 수 있고, 원금과 수익금은 돌려받을 수 없는 기부금이다. 정부는 청년희망펀드로 모금한 돈을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하자 케이이비하나·케이비국민·우리·신한·농협은행이 21, 22일 곧장 출시했다.(▶ 관련 기사 : ‘청년 일자리’ 책임 국민에게 떠넘기나)

케이이비하나은행은 이들 은행 5곳 가운데 21일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케이이비하나은행에서 청년희망펀드 1호 가입자로 등록했다. 하나은행은 22일 현재(오후 4시 기준) 총 2만1670개 계좌를 통해 3억8031만8000원의 신탁을 받았다.

출시 이틀 만에 빠르게 신탁 가입이 늘어난 것은 직원들을 동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21일 ‘금일 중(전산통합 안 된 옛 외환은행 직원은 내일 중) 전 직원이 1인1좌 가입을 원칙’으로 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각 영업점에 내려보냈다. 이에 각 영업점 지점장 등은 같은 날 오후 직원들에게 구두 또는 전자우편으로 ‘내일 오전까지 청년희망펀드를 신규 가입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케이이비하나은행 직원은 1만5천여명이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각 사업본부와 영업점별로 자사 직원들의 청년희망펀드 가입률을 집계·관리하고 있다. 일부 영업점에선 지점장이 나서 이날 오전까지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계좌 개설을 주문했다. 또다른 영업점에선 지점장이 본부에 보고해야 할 가입인원이 적다며, 이미 가입한 직원에게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추가 가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케이이비하나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본부별로 실적 경쟁이 붙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직원은 “창구 직원은 1만원씩, 창구 뒤편 책임자급 직원은 2만원씩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계좌를 만든 직원 중엔 계약직 직원도 포함돼, 이 은행 안에선 ‘도대체 누가 누굴 돕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영업점의 한 직원은 “일부 영업점에선 청원경찰과 파트타임 직원한테도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청년희망펀드가 은행 간 실적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본부 직원에게서 본부장 지시라며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행원 1만원, 책임자 10만원’으로 금액을 특정해 지시한 영업점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의 한 직원도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계좌도 무조건 개설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각 은행은 매일 청년희망펀드 실적을 국무조정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에 케이이비하나은행 홍보 담당자는 “공익신탁은 원래 우리 고유상품이라 적극적으로 하려고 나섰고, 이번 기회에 전직원들의 적극적 동참으로 통합은행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영업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려고 21일 전직원 가입을 권유했다”며 “하지만 일부 영업점의 불만이 나오면서 오늘(22일) 오후 2시 넘어 ‘의무 가입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하자’는 방침을 다시 내려보냈다”고 해명했다.

김정필 김효진 이재욱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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