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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압송된 패터슨 “그가 죽였다” 혐의 부인하지만…

등록 2015-09-23 21:33수정 2015-09-23 22:07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한 지 16년 만에 23일 새벽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취재진 질문에 대답한 뒤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입국장을 떠나고 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모(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한 지 16년 만에 23일 새벽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취재진 질문에 대답한 뒤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입국장을 떠나고 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모(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8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 이번엔 진실 밝혀질까
18년 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서 패터슨(36)이 국내로 압송되면서,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진실이 법정에서 밝혀질지 주목된다.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나는 언제나 그 사람(에드워드 리)이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애초 패터슨의 친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가 무죄가 선고되자 뒤늦게 패터슨을 기소한 검찰은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 패터슨, 스스로 ‘비밀의 폭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에드워드 리가 무죄가 나서 패터슨을 기소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가 증거를 확보해 자신이 있기 때문에 기소했다고 했다. 과거 재판에 관여했던 한 판사도 “이 사건은 제3의 가능성이 없다. 현장에 있던 둘 중 하나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 법원으로서는 도망갈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받은 리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패터슨이 진범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른 직접 목격자나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패터슨과 리의 상반된 진술 중 어느 쪽이 더 사건 현장 상황이나 다른 정황에 부합하느냐를 따지는 것이었다.

햄버거가게 화장실 흉기 살인
패터슨과 리, 서로 “범인” 지목

패터슨, 사건 당시 온몸 피범벅
범행 장면 상세히 진술 ‘이례적’
검찰 “추가증거” 유죄입증 자신감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 1차 수사·재수사로 구성한 현장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 1차 수사·재수사로 구성한 현장

대법원은 범행 정황에 대한 패터슨의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고, 옷에 묻은 혈흔에 대한 리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지만 패터슨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세면대에 묻은 많은 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중요했다. 패터슨은 리가 소변을 보던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씨를 흉기로 살해하는 장면을 세면대 오른쪽 모서리와 바로 옆 벽을 기대고 서서 지켜보다가 조씨가 자신을 붙잡으려고 해 밀치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9차례나 흉기에 찔려 짧은 시간 안에 숨진 조씨가 한차례 밀쳐졌다가 다시 세면대에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구석 쪽으로 쓰러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봤다.

또 눈에 띄는 점은 패터슨이 리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공격 부위와 횟수, 흉기를 손에 쥔 방식을 비교적 자세히 진술한 게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리의 경우 패터슨의 범행 장면을 상세히 진술하지 못하는 데 비해 패터슨은 리의 공격 장면을 자세히 진술하자 “예상 밖의 범행을 갑자기 목격하게 된 자로서 다소 이례적”이라고 했다. 사건에 간여했던 판사는 이를 ‘비밀의 폭로’라고 했다. 범인만 아는 내용에 관한 진술이 있는지를 따지는 미국 등의 형사법적 개념인데, 패터슨이 직접 흉기를 휘둘렀기 때문에 그런 진술이 가능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각종 수사 기법을 동원해 패터슨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1차 수사 때는 패터슨의 키가 조씨보다 작아, 뒤에서 목을 위에서 아래로 찌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수사에서 검찰은 도검 전문가와 법의학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키가 작은 사람도 당시 피해자가 멘 배낭을 잡아당긴 뒤 그렇게 찌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패터슨은 피범벅이었고 리는 옷에 피가 조금 묻었는데, 범행 수법상 피해자와 범인의 신체 접촉이 불가피해 범인은 반드시 피를 많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는 혈흔분석 결과를 내놨다.

■ 헛발질 수사로 장시간 허비한 것은 ‘부담’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 일지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 일지
18년 전 검찰이 왜 패터슨을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건 직후 미군 범죄수사대는 ‘패터슨이 사람을 죽였다’는 제보를 받고 범행 수법이 멕시코 갱단의 살인 방법과 같은 점 등을 근거로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패터슨은 멕시코 갱단이 하는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살인범은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부검의 소견,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패터슨은 진실 반응, 리는 거짓 반응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리에게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재수사 때 사용한 혈흔분석기법 등이 1997년 수사 당시에는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이 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패터슨을 도주하도록 만든 것도 큰 실수였다. 1999년 패터슨 사건 담당 검사가 참여계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경황이 없어 미처 출국금지 연장을 하지 않았고, 패터슨은 이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는 사건에 대한 단죄가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긴 시간이 흘렀고 관련 ‘증인’들 다수가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재판이 간단하게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미 서영지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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