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사유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적어 노동자가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면 전자우편으로 해고를 통지해도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건설현장 관리업체에서 업무 태만 등을 이유로 해고당한 민아무개씨가 해고를 무효로 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정해놓고 있다. 민씨는 회사에 징계 결과를 서면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회사가 자신의 대리인에게 전자우편으로 징계 결과 통보서를 보냈으므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2심은 회사가 전자우편으로 보낸 통지에 해고 사유와 근거, 해고 시기를 기재했고 민씨가 이를 받아 바로 구제신청을 하는 등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적법한 해고 통지로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서면은 전자우편 같은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출력이 즉시 가능한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다를 바 없고 지속성이나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 있다”며 “해고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해고 사유나 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면 전자우편 통보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대현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이번 경우는 대표이사의 인감이 날인된 서면 통지서를 스캔해 전자우편 첨부 문서에 넣은 특수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전자우편을 통한 해고 통지가 무분별하게 인정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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