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 부인을 둔 상태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외국인의 체류 연장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위장 결혼 생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파키스탄인 ㄱ(41)씨는 서울 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ㄱ씨는 2005년 12월 한국인 아내와 혼인신고를 하고 ‘국민의 배우자’(F-2)로 체류 자격을 변경했다. ‘국민의 배우자’ 비자를 취득하면,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한 체류기간을 사실상 무제한 연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3월 둘은 이혼했고, ㄱ씨는 이듬해 9월 결혼이민 자격의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거부당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에서의 혼인에 진정성이 없고,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이혼했다는 사실도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ㄱ씨가 본국인 파키스탄에도 아내와 아들 4명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한국에서의 혼인에 진정성이 있었으며, 이혼에 이른 것은 아내의 음주와 폭행 때문”이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이혼을 하더라도 이혼 책임이 본인에게 없으면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ㄱ씨가 매달 파키스탄으로 생활비 및 교육비 등을 보낸 사실과, 한국인 아내와 혼인이 유지되고 있던 중에도 파키스탄에서 아들 2명이 더 태어난 사실 등을 보면 ㄱ씨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체류 연장 불허는 적법하다고 봤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