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자보다 퇴원자로 홍보 유도하고…3차 감염자 숨기고
지난 5월3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부 차원의 메르스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홍보 전략회의서 관심돌리기 논의 3차 감염자 확진 뒤 나흘간 숨겨
장관 “2차 감염으로 가설 만들라” ‘대통령이 병원 명단 공개 지시’
수일간 미뤘거나 직무태만 의심 ■ “확진자·사망자 정보보다 퇴원 환자 스케치 유도” 메르스 확진자가 150명에 이른 6월14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 본부장 보건복지부 장관)는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의 팀장급 이상 간부가 모두 참석해 ‘홍보 보도 프레임 변경 방안 모색’을 주제로 홍보 전략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 따라 6월15일 오전 대책본부의 ‘일일보고’엔 ‘장관 지시사항’으로 “사망자/발생자 숫자 중심의 홍보보다는 퇴원환자의 일상 스케치, 안심병원, 의료현장의 목소리, 정책방향성 등에 대한 패러다임을 달리해 홍보해야 할 필요”가 강조됐다. 실제 대책본부는 6월15일 오전 기자들한테 배포된 보도자료부터 이전과 달리 추가 확진자·사망자를 더는 제목에 강조하지 않았다. 기자단을 상대로 합동취재를 할 수 있도록 퇴원환자 인터뷰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메르스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의 ‘관제 캠페인’ 쪽으로 시민과 언론의 관심을 돌리려 한 셈이다. ■ 3차 감염 환자 발생 한동안 숨긴 의혹 대책본부는 첫 3차 감염 환자 발생도 한동안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 환자 이아무개씨가 5월29일 확진 판정을 받아 5월30일 14번째 환자로 보고됐다가 명단에서 빠졌다. 대책본부는 3·24번째 환자가 3차 감염자로 확진되자 6월3일에야 이 환자를 ‘특이군’이 아닌 2일에 확진된 3차 감염 환자(42번째 환자)라고 발표했다. 이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5월19일 입원했는데, 첫 확진자의 이 병원 입원 기간(5월15~17일)과 겹치지 않는데도 3차 감염자가 아닌 ‘특이 케이스’로 한동안 분류된 것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29일 “당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바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3차 감염 환자 발생 사실이 최종 확인된 6월2일 보고서엔 “가설 설정: 평택성모병원에서 급격하게 메르스가 전파된 상황(일정 공간 안에서 발생한 2차 감염이라는 점)을 홍보”하라는 장관 지시사항이 적혀 있다. ‘뒷북 행정’이거나 ‘3차 감염 환자 발생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축소하려 한 흔적’일 수 있다. ■ 병원 명단 전면 공개, 대통령 지시인지 확인 안돼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6월7일 최경환 당시 총리 직무대행은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명단 공개 방침을 발표하며 “대통령께서도 6월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시하셨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최원영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도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정작 대책본부의 일일보고엔 ‘VIP(대통령) 지시사항’이 6월9일에야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이는 최 부총리가 강조한 6월3일 ‘특별지시’가 아니라, 6월8일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지시한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복지부와 대책본부의 ‘불경스러운’ 직무 태만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6월3일에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 방침 발표에 앞서, 6월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사가 서울시내를 활보한 사실을 공개했고, 정부는 ‘혼란을 부추긴다’며 박 시장을 비판했다. 야당은 21일 메르스 국정감사에서 병원 명단 공개와 관련한 진실을 밝히자며 최 전 수석과 문 전 장관 등의 증인 출석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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