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첫 발동…검찰 공안부 강력반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12일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법질서를 뿌리째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검찰도 공안부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서에서 “우리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해 이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헌법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특별히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를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정신과 원칙은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달리 적용돼야 할 이유가 없고, 여론 등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검찰은 인권옹호 기관으로서 이런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의 신체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며, “강 교수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구속 사유를 충족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불구속 수사를 하도록 일선 검찰을 지휘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검찰은 천 장관에게 “강 교수 사건에 대해 구속 수사를 지휘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장관은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 사건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6·25 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언급한 강 교수 발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경찰은 “보안법 7조1항(찬양·고무 등)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반포)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구속 의견을 냈다.
천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법질서를 뿌리째 무너뜨리고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법무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전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고 만천하에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찰의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천 장관의 발언이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을 부추기고,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당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검찰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지휘권을 가진 분이 판단할 문제”라며 “우리 당은 강 교수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법적 처리 문제는 사법부가 알아서 할 일로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상철 황준범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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